연구소 관계자는 대뜸 ‘황사 때문에 웨이퍼의 불량률이 크게 높아졌다’며 불평을 털어놓았다. 더 큰 문제는 정확한 먼지의 발원지를 모른다는 것. 석영 연구자인 내게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황사에 많이 포함된 석영을 통해 그 근원지를 추적하기로 결심하고 곧장 황사 발원지로 알려진 중국의 사막지대로 날아갔다.
그렇게 사막을 뒤지기를 2년. 황사 발원지라면 안 가본 곳이 없었다.
하지만 국내에 쌓이는 황사가 정확히 어디서 왔는지는 여전히 베일 속에 있었다. 경기 남양주시 와 부읍 덕소리, 연천군 전곡읍, 강원 홍천군 등 일부 지역에서 황사 모래층이 발견됐지만 원래부터 있던 모래와 섞여 있어 출처를 알기 어려웠다.
중국에서 불어온 순수한 모래층이 있는 곳을 찾아야만 했다. 긴 고민 끝에 제주도 화산 분화구와 늪지를 떠올렸다. 화산암 지대인 데다 주변이 바다여서 한반도 상공의 먼지와 섞이지 않은 순수한 모래성분을 찾는 데 안성맞춤이었다.
실제로 섬을 찾았을 때 분화구와 늪지에서 섬을 덮고 있는 화산암에서 나온 검은 모래 대신 하얀 모래들이 발견됐다. 중국에서 바람을 타고 온 것이 분명했다.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황사가 쌓인 일본 도쿄 북쪽의 화산지대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제주도 분화구의 흰 모래가 없었다. 제주도의 흰 모래도 어쩌면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연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흰색 모래의 비밀은 엉뚱한 데 있었다. 때마침 일어난 이라크전으로 황사 연구를 잠시 접고 석유자원 분야로 관심을 돌려 시추공을 조사하러 제주도로 갔다. 시내를 걷다 숙소 앞 보도블록에 우연히 시선이 꽂혔다. 화산암으로 만든 검은 보도블록 사이에 껴 있는 흰색 블록이 유난히 눈에 띈 것.
그랬다. 분화구와 늪지에서 발견된 흰 모래는 바로 육지에서 가져온 공사용 흰색 골재가 날아 들어가 쌓인 것이었다.
어쩌면 세계적인 자원전쟁 앞에서 황사는 ‘뭐 이쯤이야’라며 쉽게 넘겨 버릴 수 있는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봄만 되면 서풍이 심하게 불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출처를 알 수 없는 먼지와의 숨바꼭질을 고대하며 말이다.
권영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 kwon@kiga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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