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인 천체물리학자들이 전파가 아니라 ‘입자’ 신호를 포착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이화여대 물리학과 박일흥 교수팀은 17∼19일 열린 ‘제4회 한국천체물리학 워크숍’에서 외계의 입자 신호를 포착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한국판 ‘콘택트’가 스크린 속에서가 아니라 실제로 가능해질 날이 머지않았다.》
○ 형광 반사시켜 검출기에 신호 모아
우주공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입자가 떠돌고 있다. 이 입자들이 지구로 들어오면 대기 중에 있는 질소나 산소 원자와 충돌해 양전자, 중성자, 뮤온 등 수백 가지 종류의 또 다른 입자가 만들어진다. 이들 대부분은 대기 중에 흡수되지만 일부는 땅으로 떨어진다. 지구상의 동식물은 우주입자를 적어도 수초당 하나씩 맞으며 살고 있는 셈이다.
우주입자 중에는 10억 eV(전자볼트) 이상의 높은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이 있다. 1V짜리 건전지를 10억 개 연결해야 이만한 에너지를 갖는 입자(양성자)가 나온다. 심지어 10의20승eV나 되는 우주입자도 검출됐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땅 위에서 포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高)에너지 우주입자는 서울 정도 면적에 1년에 고작 한 번 떨어질 만큼 검출 빈도가 매우 낮다. 일단 검출이 돼야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할 텐데 참 난감하다.
연구팀은 우주입자를 직접 ‘우주에서’ 검출하기로 했다. 우주입자가 대기 중의 원자들과 충돌하면 형광이 나온다. 거울로 이 형광을 반사시켜 검출기에 모으면 우주입자가 어디에 존재하는지, 에너지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알아낼 수 있다.
○ 빔프로젝트-프로젝션TV에도 활용
문제는 형광의 세기와 속도. 10의20승eV짜리 우주입자의 형광도 1만 km 상공에 떠 있는 비행기에서 땅 위에 있는 100W짜리 백열전구 한 개를 보는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100만분의 1초 만에 휙 지나가버린다.
연구팀은 현재 미약한 형광도 잡아내고 아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특수거울’을 만들고 있다. 사람 얼굴 크기의 이 거울은 수많은 조각으로 잘려 있다. 각 조각의 가로 세로 길이가 100마이크로미터(1만분의 1m)이니 그 수가 족히 100만 장은 넘는다. 사실 이 조각들은 반도체 기술로 제작됐다. 광통신이나 디스플레이용 전자제품에도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빔 프로젝트나 프로젝션TV 안에 있는 수십∼수백만 개의 작은 거울을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미세한 광(光)신호를 계속 투과 또는 반사시켜 화면에 상을 만든다.
연구팀은 이 특수거울을 실리콘웨이퍼 위에 장착한 다음 각 조각을 컴퓨터로 일일이 움직일 수 있게 설계하고 있다. 특수거울을 설치한 망원경을 인공위성에 탑재해 우주로 쏘아 올리면 지상에서 조종해 수많은 우주입자의 형광을 찾아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로 3월 과학기술부 창의적연구진흥사업에 선정됐다. 박 교수는 “이 ‘반도체 망원경’을 2008년 발사될 과학위성 3호에 탑재하고, 한국 최초 우주인이 우주로 나갈 때도 가져가 시험운영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 연구팀은 거울이 움직이는 속도를 더 높일 계획이다. 형광을 따라잡으려면 작은 거울 하나가 1도 움직일 때 1마이크로초(100만분의 1초)를 넘지 않아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수십 마이크로초가 걸린다.
○ 미사일-UFO추적에도 이용가능
박 교수는 “고에너지 우주입자는 우주대폭발(빅뱅)이 일어난 뒤 10의34승분의 1초라는 극히 짧은 시간 동안 형성됐을 거라는 가설이 있다”며 “반도체 망원경으로 우주 전체에 우주입자가 어떻게 분포하는지를 알아내면 태초의 우주 모습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거울은 미사일이나 로켓처럼 엔진이 달린 이동물체도 추적할 수 있다. 엔진이 가동되는 동안 계속 형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미확인비행물체(UFO)도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존재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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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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