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오~ 필승 코리아, 오~ 마이 컨디션

  • 입력 2006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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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응원에 나서면 평소보다 목청을 높인다. 그만큼 성대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높다.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응원할 때는 시원한 생수를 한두 병 준비해서 계속 마셔 주면 성대 보호에 좋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노르웨이와 평가전을 치른 2일 새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은 붉은악마로 가득 메워졌다. 김재명 기자
거리응원에 나서면 평소보다 목청을 높인다. 그만큼 성대가 상처를 입을 가능성도 높다.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곳에서 응원할 때는 시원한 생수를 한두 병 준비해서 계속 마셔 주면 성대 보호에 좋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이 노르웨이와 평가전을 치른 2일 새벽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은 붉은악마로 가득 메워졌다. 김재명 기자
《월드컵 개막식이 이번 주말(10일·한국시간)로 다가왔다. 한국 시간이 개최지 독일보다 7시간 이른 탓에 이번 월드컵에선 새벽에 열리는 경기가 유난히 많다. 그만큼 밤잠을 설치기도 쉽다. ‘뭐, 한 달쯤이야…’ 방심하다가는 생활리듬이 깨지고 건강도 잃는다.》

▽생체리듬 유지하기▽

밤늦게까지 경기를 보고 새벽에 일어나 또 보고….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밤에는 제대로 못 자고 낮에는 조느라 일상에 집중하기 어렵다. 오전 4시에 시작하는 프랑스, 스위스전 경기를 생중계로 볼 때는 수면 시간을 앞당긴다. 일찍 집으로 가 오후 9시, 10시경 잠을 잔 뒤 시작 시간에 맞춰 일어난다.

토고와의 경기는 오후 10시에 시작하므로 밤 12시를 넘겨 끝날 가능성이 있다. 늦게 잠자리에 드는 만큼 빨리 흥분상태를 가라앉혀 숙면을 취하는 게 좋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선우성 교수는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면 긴장이 풀려 쉽게 잠들 뿐 아니라 깊게 잘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는 “낮에 정신이 멍하다고 카페인이 든 커피를 자주 마시면 인위적인 각성효과 때문에 컨디션이 나빠진다”며 “졸릴 때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잠깐 산책하라”고 조언했다.

잠이 부족하면 포도당을 에너지로 활용하는 뇌의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땐 과일이나 주스 등 당 성분의 음식을 먹는 게 도움이 된다.

▽거리에서 응원할 때▽

‘열정적 거리응원은 시속 7km로 1시간 걷기?’

한 비만 전문병원은 최근 한국팀과 세네갈의 평가전 거리응원에 참가한 붉은악마 5명을 대상으로 열량 소비량을 조사한 뒤 1인 평균 323Cal를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실제 일상적인 열량 소비량인 99.3Cal의 3배에 이르는 것.

하지만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90분 동안 죽어라 ‘대∼한민국’을 외치다 보면 목이 아프고 목소리도 변한다. 응원을 할 때는 성대의 진동수가 많아질 뿐 아니라 힘을 줘 소리를 내기 때문에 성대에 상처를 입기 쉽다.

서울대 의대 이비인후과 권택균 교수는 “2002년 월드컵 이후에 성대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월드컵 응원처럼 단기간 자신의 성량보다 크게 소리를 지를 때는 성대가 붓거나(성대부종) 성대의 모세혈관이 터지면서 물혹(성대용종)이 생기기 쉽다.

권 교수는 “성대부종은 무리하게 성대를 써 염증이 생긴 것으로 일주일 정도 말을 삼가면 자연스레 치료된다”며 “한 달이 지나도 목이 아프고 쉰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성대용종이 의심되는 만큼 전문의를 찾아라”고 권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정한신 교수는 “거리응원처럼 건조하고 먼지가 많은 곳에서는 성대 점막이 잘 손상된다”며 “물을 충분히 마시면 점막이 촉촉해져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전반전이 끝나면 거리응원단도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강희철 교수는 “졸린 눈을 비벼 가며 거리에서 전광판 화면을 보면서 응원하면 눈이 피로해진다”며 “쉬는 시간뿐 아니라 틈틈이 눈을 위아래, 양 옆으로 움직이라”고 말했다.

또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있으면 무릎과 허리에 무리를 주는 만큼 30분에 한 번씩은 일어나서 허리와 다리 스트레칭을 하는 게 좋다.

▽집에서 TV 볼 때▽

한일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6월 한국 대 스페인 경기.

연장전에 이어 승부차기로 한국의 4강 진출이 확정되는 순간 지방의 한 도시에서 70대 여성 A 씨가 환호하다 쓰러졌다. 고혈압에다 심장질환이 있었던 A 씨가 지나치게 흥분하다 사망한 것.

‘월드컵 경기를 보다 심장마비가 온다고?’

방심은 금물이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급성흉통센터는 2002년 6월 월드컵으로 심근경색 환자가 예년에 비해 증가했다고 밝혔다.

2002년을 제외한 2001∼2005년 6월의 평균 심근경색 환자 수는 12.5명으로 5월(22.8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러나 2002년 6월의 환자 수는 27명으로 5월에 비해 오히려 많았다는 것.

네덜란드 정부도 네덜란드대표팀이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탈락하던 날 심장마비 등 사망자가 1995년, 1997년에 비해 50% 많았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었다.

삼성서울병원 급성흉통센터 최진호 교수는 “신체리듬으로 볼 때 심장은 새벽에 가장 불안정해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질환이 발병하기 쉽다”며 “독일 월드컵의 한국 경기는 주로 오전 4시에 열리는 만큼 각별히 주의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혈압이 있거나 평소 심혈관계 질환이 있을 경우 흥분하기 쉬운 거리응원은 피하고 가족 단위로 경기를 즐기는 게 좋다. 또 담배를 피우거나 과음하면 돌연사의 위험이 몇 배나 커지므로 관람 중 흡연은 피해야 한다.

경기를 보다가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며 △쓰러지는 경우에는 가급적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집에서 TV로 편안히 경기를 볼 때는 무심코 먹는 음식에 주의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선우성 교수는 “음식을 준비하려면 최소량으로, 크기는 아주 잘게 자르라”며 “오징어, 치즈, 단 음식 등 고열량 음식이 아닌 야채나 과일을 선택하고 콜라나 홍차와 같은 카페인 함유 음료는 피하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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