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비해 우리는 약에 대해 설명도 하기 전에 낚아채듯 약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약병에 담긴 가려움증 치료제 칼라민 로션을 아기에게 먹이는 엄마도 있다는 웃지 못 할 얘기가 약사들 사이에서 오갔다.
의약분업으로 의사의 처방전은 공개되었지만 환자들은 여전히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약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약사에게 질문해서 답을 얻자는 ‘Get the answers’운동이 20여 년 전부터 벌어졌다. 물론 목적은 ‘자신이 복용하는 약에 대해 바로 알자’는 것.
여기에서는 약을 구입할 때 △약의 이름과 효능 △복용 시 주의 점 △약의 부작용 및 대처법 △다른 약이나 음식물과의 상호작용을 물어 볼 것을 권한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처방약의 효능과 부작용 정도는 알고 있는 게 좋다.
약을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아는 만큼 약에 대해 신뢰가 생기지만 모를 때는 약을 더 먹거나 임의로 끊는 경우가 생긴다. 가령 아기의 감기약을 처방받은 뒤 아이의 증상이 좋아졌다고 항생제마저 쉽게 끊어버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내성균을 만들 틈 없이 균을 싹쓸이하게끔 항생제는 적어도 5일 이상 진득하게 먹여야 된다. 흔히 어른들은 콧물을 줄이는 항히스타민 성분의 부작용 때문에 감기약을 먹고 푹 잘 수 있다. 반면 아이들은 오히려 잠을 못 자고 흥분하며 손발을 떠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설사 처방 중에 지사제는 설사가 멈추면 바로 끊어도 되지만 유익균의 성장을 돕는 정장제는 남은 약을 다 먹이는 게 좋다.
한편 아토피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소아에게는 대체로 가장 낮은 단계의 약이 처방된다. 강력한 염증 억제 약인 스테로이드는 사용방법을 잘 지켜서 적시에 쓰면 부작용을 피하면서 효과를 잘 볼 수 있는 약이다.
약사에게 지불하는 조제료에 액수는 크지 않지만 530원의 복약 지도료가 포함되어 있다. 처방된 약에 대한 문답은 환자의 권리이자 약사의 의무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약에서도 통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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