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파이용 ‘우주귀마개’ 러서도 요청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항공우주공학과 이덕주 교수는 우주비행사들이 사용하는 소음방지용 귀마개를 제안했다. 한국 우주인이 1주일간 머무를 국제우주정거장 내부는 언제나 고속도로 수준의 기계 소음이 들린다. 대부분의 흡음재가 불에 잘 타는 가연성 소재여서 안전 문제상 흡음 시설을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소음은 우주인의 안락한 휴식을 방해하는 가장 큰 ‘훼방꾼’으로 꼽혔다.
이 교수팀이 개발한 귀마개는 소음과 반대 위상의 음파를 쏴서 날카로운 소리를 상쇄시키는 소형 스피커와 ‘웅웅’거리는 소리를 막는 특수 소재로 이뤄져 있다. 비행기 내부에서 들리는 소음 수준으로 떨어뜨리게 만든다. 국산 에어컨과 냉장고도 유사한 기술이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에어컨 냉장고 소음 방지 기술은 세계 수준으로 평가된다”며 “발사 협력기관인 러시아 연방우주청이 한국 측에 먼저 적용을 요청할 정도”라고 밝혔다.
○ 세포배양기 등 다양한 실험 계획
항우연 우주과학그룹 김연규 연구원은 우주 실험용 쥐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우주저울’ 기술을 발표했다. 우주에서 동물의 각종 신체 변화를 실험할 때 정확한 몸무게 측정은 필수 전제조건이다.
이번 우주저울은 무중력 상태에서 5kg 미만 물체의 질량을 측정하는 장치다.
물체에 일정한 가속도(a)를 주고 힘(f=ma)을 측정하면 질량(m)을 얻을 수 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우주인의 몸무게를 측정하는 유사한 장비가 있지만 오차범위가 1∼2kg으로 커서 생쥐 같은 실험동물의 몸무게를 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항우연이 목표로 하는 우주저울의 오차범위는 0.5g 내외다.
김 연구원은 “NASA가 2008년 발사할 예정이던 우주동물실험모듈에서 사용하기 위해 우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기술”이라고 밝혔다.
이날 유일하게 산업체로 참가한 바이오트론은 우주 과학 실험에 사용할 휴대형 세포 배양기를 소개했다.
생체에 유해한 방사선이 내리쬐는 우주에 이 세포 배양기를 노출시키면 다양한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세포들을 둥둥 떠다니게 만든 후 세포의 ‘입체 구조’를 상세히 관찰할 수 있다.
이날 제안된 휴대형 세포 배양기는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장비를 작게 축소시켜 1∼3mm의 작은 샘플들을 담뱃갑만 한 카트리지에 담은 형태였다.
바이오트론 장규호 사장은 “암세포나 줄기세포, 김치유산균, 인삼 뿌리세포 등을 중심으로 실제 세포 연구에서 활용되는 샘플을 우주공간에서 배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 이주운 박사는 우주 방사선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억제하는 약품(방호제)과 ‘우주김치’, 씨앗발아 실험을 제안했다. 원자력연구소가 2004년 개발한 방사선 방호제 ‘헤모힘’은 거의 실용화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우주공간에서 한국인 얼굴 형태의 변화, 우주에 떠돌고 있는 미세입자 관측 등 총 10개 후보 실험이 이날 발표됐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이날 제안된 임무 외에 산업체와 일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추가 공모를 통해 8월 말까지 10가지 우주 임무를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우주인 협약에 따르면 한국 우주인이 우주로 가져갈 수 있는 개인 화물의 중량이 15kg에 불과해 러시아 정부와 추가 협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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