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위 불청객 ‘식중독’ 코도 혀도 속인다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최근 집단 식중독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여학생들이 학교 보건실에 누워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식중독은 균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증세를 나타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집단 식중독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식중독 증세를 보이는 여학생들이 학교 보건실에 누워 있다.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해 걸리는 식중독은 균의 종류에 따라서 다양한 증세를 나타낸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여름철 휴가지에서 참치 통조림을 먹은 뒤 냉장고에 넣는 것을 깜박 잊었다. 5시간쯤 지난 뒤 먹으려니 식중독이 걱정. “끓이면 균이 죽겠지” 하며 김치찌개에 넣어 먹었다.

#8개월짜리 딸의 이유식으로 두뇌 발달에 좋다는 달걀 노른자를 꼭 챙겨 먹이는 초보 엄마. 영양가가 더 높다는 이유에서 반숙한 노른자를 떠먹였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둘은 모두 식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실제 사례. 식중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포도상구균과 살모넬라균이 각각 원인이었다.》

▽일단 독소 생기면 끓여도 잘 파괴 안돼=흔히 상한 음식을 먹고 난 뒤 설사 구토 발열 등이 생길 때 식중독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눈이나 코로는 상한 것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세균이 만들어 낸 독소, 바이러스, 중금속 등에 감염돼 식중독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식중독의 원인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은 세균 감염. 균이 장의 세포를 공격해 염증을 일으킨다. 살모넬라균이 대표적 세균으로 우유 고기 달걀 순대 소시지 햄 족발 등에 생기기 쉽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소아과 김동수 교수는 “달걀을 반숙하는 것으로는 살모넬라균이 죽지 않기 때문에 끓는 물에서는 5분 이상, 60∼70도라면 30분 정도 끓이라”고 말했다.

세균 감염이 원인일 경우 균이 번식하고 장까지 이동해 증상을 일으키는 데 시간이 걸린다. 주로 음식을 먹은 뒤 6∼72시간 뒤 장과 관련된 증상, 즉 배가 몹시 아프고 설사가 난다.

포도상구균처럼 세균이 증식하면서 생기는 독소가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포도상구균은 피부에 살면서 상처가 났을 때 염증을 일으키는 균. 열에 약해 끓이면 잘 죽는다.

하지만 독소가 문제다. 30분 이상 끓여도 잘 파괴되지 않는다. 독소가 생기기 전에 끓여야 균이 죽어 식중독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이미 독소가 만들어져 끓여도 소용이 없다. 여름철에 남은 음식이 위험하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여름철엔 3시간 반이 지나면 인체에 해로운 독소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오원섭 교수는 “포도상구균 독소에 의한 식중독은 음식을 먹은 뒤 2∼4시간 후 증상이 나타난다”며 “독소가 중추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설사보다는 오심과 구토가 심하고 두통 어지러움 등 전신증상이 심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급식 사고에서 문제가 된 노로바이러스 같은 바이러스도 식중독을 일으킨다. 세균에 의한 식중독이 균이 번식하기 쉬운 여름이나 초가을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것과 달리 이것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다.

김 교수는 “바이러스는 샐러드바, 뷔페 등에서 제대로 씻지 않은 채소를 먹고 감염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감염력이 강해 학교 구내식당 등 집단생활을 할 때 주의하라”고 말했다.

▽설사약 해열제 함부로 쓰지 말아야=유아나 노인 또는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가 아니라면 이질을 제외한 세균성 식중독은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는 게 원칙. 2, 3일이 지나면 저절로 좋아진다.

설사를 한다고 지사제를 먹으면 균의 배출을 억제해 오히려 식중독 증상을 오래 지속시키는 원인이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해열제도 성급하게 쓰지 않는 게 좋다.

다만 설사나 구토 등으로 인해 탈수현상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물을 먹고 이온 음료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끓인 물이나 보리차 1L에 설탕 4티스푼, 소금 1티스푼을 넣는 것도 좋다.

그러나 어린이에게 이온 음료는 권장되지 않는다. 약국에서 ‘전해질 보충제’를 산 뒤 끓인 물이나 보리차에 타서 준다.

김 교수는 “이온 음료는 당이 높아 자생력이 약한 어린이가 마시면 설사가 심해지고 오히려 전해질 불균형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중독 증상을 보일 때 금식보다는 쌀죽 등 기름기가 없는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장의 점막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균 감염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식중독은 전염되는 만큼 구토하거나 대변을 본 뒤엔 뒷마무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식중독 증상이 24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거나 열이 심하게 나면 병원을 찾는다. 다리에 출혈과 함께 수포가 생기면 비브리오패혈증이 의심되는 만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들

■ 장마철 식중독 예방하려면…

후텁지근한 장마철은 균이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집안의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환경은 어때야 할까?

우선 냉장고에 보관하는 먹을거리를 한번 살펴보자. 여름에는 한꺼번에 음식을 많이 만들어 보관하지 말고 되도록 한 번 먹을 만큼만 조리한다.

또 식중독 원인 균은 얼린다고 해서 모두 죽는 것이 아니므로 음식을 오래 보관하지 말고 냉장 보관된 음식이라도 먹을 때는 다시 데워 먹는다.

특히 고기나 생선 등의 남은 음식은 상온에서 식히지 말고 즉시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 이때 음식물은 개별 단위로 포장해 음식물 간 균의 전파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끓여서 식힌 물을 냉장고에 보관할 때도 물병에 남아 있는 물은 모두 따라 버리고 물병을 끓는 물에 소독한 뒤 새로운 물을 넣는다.

또 장마철 냉장실 온도는 5도 아래로 낮춘다. 5도 이하에선 식중독균이 생존할 수 있지만 증식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식중독의 원인 균인 포도상구균이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으론 행주나 도마, 주방의 싱크대 바닥, 배수관 등이 대표적이다. 주방의 냉장고, 싱크대나 배수관 등은 락스 같은 소독제로 자주 소독한다.

행주는 하루 한 번 △100도에서 10분 이상 삶거나 △전자레인지에서 8분 이상 가열하거나 △락스에 30분 이상 담가 둬야 살균 효과가 있다. 젖은 행주는 6시간 뒤 대부분의 균이 증식을 시작하고 12시간 뒤에는 100만 배 이상 늘어나는 등 세균 번식의 온상이므로 반드시 햇빛에 말리도록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에 대한 위생 관리이다. 손만 잘 씻어도 눈병 식중독 감기 등의 각종 전염병을 70%는 예방할 수 있다. 손을 씻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꼭 비누나 소독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을 안 씻었을 때 균의 잔존도가 60%였다면 물로만 씻은 뒤에는 40%, 비누나 소독젤을 사용했을 때는 20%로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손은 귀가 후나 식사 또는 조리 전, 화장실에서 나올 때 반드시 씻도록 한다.

만약 손에 염증이나 상처가 있는 사람은 상처에 있는 세균이 음식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음식을 조리하지 않는 게 좋다. 세균류의 번식 조건은 적당한 온도와 습기이므로 장마철은 가정 내 습기 예방에 유의해야 한다. 2, 3일에 한 번 정도는 난방을 해서 집안의 습기를 없애 주는 것이 좋고 옷장이나 이불장에는 제습제를 넣어 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곰팡이 균을 예방하려면

△깨끗이 씻고 잘 말려주는 것이 곰팡이 질환을 예방하는 데 필수다.

△땀을 많이 흘린 날에는 반드시 목욕을 한다. 목욕 후 발가락 사이와 사타구니 겨드랑이 등은 완전히 말린다.

△꽉 죄는 옷이나 신발 양말은 땀이 차기 쉬우므로 피한다.

△여분의 신발을 준비해 땀이 차면 갈아 신는다.

●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온도와 외부온도 차를 5도 이내로 한다.

△찬 공기가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한다.

△냉방기는 최소 1시간 간격으로 가동한다.

△1일 1회 가볍게 땀을 흘리고 반드시 샤워를 한다.

△여성은 허리나 하복부의 보온에 신경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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