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고유번호(ESN)는 단말기 제조과정에서 부여하는 고유번호로 유출 시 휴대전화 불법 복제에 악용될 수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부장 이건주)는 4일 국내 유명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고유번호를 입수한 뒤 이동통신사를 협박해 금품을 요구한 혐의(공갈미수) 등으로 최모(34) 씨를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여행가이드인 최 씨는 지난해 말 베트남 호치민시의 주점에서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한국인으로부터 국내 이동통신사의 휴대전화 단말기 고유번호 5만여 개가 담긴 디스켓을 넘겨받았다.
최 씨는 5월 미국에 사는 내연녀를 시켜 이통사에 '휴대전화 가입자 정보 수십만 개를 보유 중이다'라는 내용의 e메일을 수 차례 보내면서 금전적 보상을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씨는 디스켓을 지난해 말에 베트남에서 넘겨받았다고 하지만 디스켓이 만들어진 시점이 4월 19일로 기록돼 있다"며 "이통사 내부 직원과의 공모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통사는 "유출된 5만여 개의 휴대전화 고유번호를 조사한 결과 일부는 가상으로 조합된 번호로 판명됐다"며 "일선 영업점은 고유번호 자체에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고유번호 유출로 가정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휴대전화 불법복제다.
복제폰은 단말기의 고유번호와 전화번호를 이용해 원래 휴대전화를 복제한 속칭 '쌍둥이폰'으로 불법 도·감청에 악용된다. 브릿지폰, e폰, 침수폰, 대포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이후 출시된 단말기의 경우 암호화된 인증키 값이 내장돼 있어 전원을 켰을 때 이통사의 인증키 값과 일치해야 통화가 가능하므로 사실상 복제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는 불법복제 휴대전화를 근절하기 위해 3월부터 신고센터(www.mobilecopy112.or.kr)를 운영하고 있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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