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랑에 몰린 한국의 생물소재
아무리 획기적인 연구기법을 알고 있어도 연구소재가 없으면 연구를 진행할 수 없다. 생물소재는 인체조직 종자 미생물 세포 유전자 등 각종 신약 개발과 식량 개량을 위한 연구재료로 쓰이는 생물자원을 말한다.
무심코 지나치는 들풀이나 해조류 곤충 등에도 질병치료에 유용한 물질이 들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지렁이 배 속에는 핏덩어리(혈전)를 녹이는 물질이 있다. 이를 연구하려면 지렁이 유전자나 세포를 보관하는 것은 필수다.
하지만 지렁이가 몇 종이나 살고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이 국내 생물소재 분야의 현주소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장미 딸기 양상추 종자는 대부분 외국산이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느타리버섯 표고버섯은 어느 나라 품종인지 불분명한 것이 적지 않다고 한다.
폐수를 처리할 때 오염물질 분해를 위해 넣는 미생물조차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쌀 밀 옥수수와 함께 세계 4대 식량작물 중 하나인 감자는 미국이 50여 개, 일본이 30여 개 품종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10여 개 품종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는 와규의 유전자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한우(韓牛) 유전자 정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고 한다.
영남대 생명공학부 최인호 교수는 “수년간 연구해 얻은 한우 유전자 정보를 후속 연구를 위해 다른 연구자들에게 분양해 주고 싶어도 한국에는 이를 관리해 줄 기관이 없다”고 털어놨다.
미국 주도로 운영되는 세계유전자은행(ATCC)에 기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한우 유전자 정보가 외국 연구자들에게 공개되는 것이어서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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