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힐리오에 휴대전화를 납품하는 VK가 최근 최종부도를 맞아 단말기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SK텔레콤은 미국 인터넷접속서비스(ISP) 회사인 어스링크사(社)와 합작해 지난해 1월 힐리오를 설립하고 올해 5월부터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힐리오는 같은 이름의 이동통신 서비스로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버라이즌과 스프린트의 네트워크를 빌리는 회선임대 이동통신(MVNO) 방식이다.
○ 저조한 출발의 힐리오 사업
이 사업에 2200억 원을 투자한 SK텔레콤은 서비스 개시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본보가 국제전화를 통해 미국 휴대전화 유통망 ‘넥스컴’에 확인한 결과 힐리오가 5월과 6월 두 달 동안 확보한 가입자는 120명에 불과했다. 넥스컴은 미국 서부 지역의 12개 대리점을 통해 힐리오 단말기를 주로 공급하는 유통망이다.
넥스컴 관계자는 “힐리오는 미국 전역에 300여 개의 유통망을 갖고 있지만 주요 가입자가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재미교포임을 감안할 때 전체 가입자는 3000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까지 33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힐리오의 당초 목표에 비하면 저조한 출발일 수밖에 없다.
한편 힐리오는 팬택과 VK의 휴대전화 단말기 2종을 통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중 VK 단말기는 당초 250달러에서 200달러로 최근 가격이 내렸다. 스크린 불량 등이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조중래 SK텔레콤 상무는 “VK 부도로 인해 삼성전자 단말기를 서둘러 공급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며 “힐리오 사업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아 가입자 수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취약한 브랜드 파워와 가격경쟁력
미국 내 한인사회에 유통되는 힐리오 단말기에는 ‘힐리오 by SK텔레콤’이라고 적혀 있지만 미국인 고객용 단말기에는 ‘by SK텔레콤’이란 문구를 없앴다. 이를 두고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취약한 글로벌 브랜드 파워를 스스로 인정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팬택과 VK의 단말기는 각각 275달러와 200달러로 미국 시장에서 고가(高價) 단말기로 분류된다. 단말기 가격의 전액을 보조금으로 지급함으로써 사실상 ‘공짜 폰’을 판매하는 버라이즌, T모바일 등과 달리 보조금 수준도 단말기 가격의 80%다.
힐리오가 가장 큰 강점으로 내세운 한글 문자 메시지 서비스도 별로 호응을 얻지 못했다. 5, 6월 테스트 기간에 문자가 깨지는 등 결함이 속출해 이 서비스를 기대했던 한인 소비자 층마저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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