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던 이 마을에 춘천에 사는 이기복(50) 씨 가족 4명이 찾았다. 새벽에 집을 출발해 현장에 도착한 이 씨 일가족은 피해를 입은 집에서 토사를 퍼내기도 하고 마을을 뒤덮고 있는 쓰레기를 치우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 씨는 "폭우 피해를 알리는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가족 모두 주말을 이용해 봉사활동 가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부인 차윤정(45) 씨는 "일이 너무 많아 가족끼리 얘기할 겨를도 없지만 피해를 입은 분들의 찢어지는 마음을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 이날 평창군 진부면 상월오계2리에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주민자치회원 130명이 찾았다. 이들은 침수된 가옥을 일으켜 세우고 물이 찼던 비닐하우스와 농경지의 흙을 치웠고 마을은 조금씩 예전의 모습을 찾아갔다.
주택이 반파되면서 부상을 당한 주민 신동화(60) 씨는 "수해 직후에는 너무 막막해 산사태와 함께 그냥 죽어버렸으면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러나 이 분들이 찾아와 희망을 되찾게 됐다"며 고마워했다.
구룡마을 주민들은 강원지역에 큰 비 피해가 발생하자 "우리 이웃이 고통을 당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긴급 자치회를 열고 21일 마을청년부 50명이 중장비를 싣고 평창군 진부면으로 달려 왔다.
그리고 2진 160명도 22일 현장으로 달려와 합세한 뒤 사흘째 진부면 2개 마을 수해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였다.
유기범(50) 자치회장은 "수해 이재민이 바로 우리 이웃이고 언제나 우리도 수해 이재민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너도 나도 나서서 이렇게 땀을 흘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강원지역 수해현장에는 주말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가족, 직장, 친목단체 등 다양한 형태의 자원봉사자들이 찾아 힘을 보탰다.
인제군 기린면 서2리 내린천변 수해마을에는 강릉시 주문진 농협직원 22명이 찾아 침수주택의 가재도구를 걷어내 말리는 작업을 도왔고, 경기 안산시 모 인터넷모임이라고만 밝힌 주부 등 12명은 횡성군 강림면 수해지역을 찾아 장마로 쓰러진 농작물을 세우는 작업에 나섰다.
강원도 재난안전대책본부는 23일 하루 동안 전국에서 1만 명 이상의 자원봉사자와 공무원 군 장병 등 2만5000~3만 명이 응급복구활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편 곳곳이 파손됐던 강원도내 도로는 23일 현재 2개 구간을 제외한 240곳이 소통이 재개돼 97.5%의 복구율을 보였다.
훼손지가 25곳이나 됐던 상수도도 25일경 가동을 앞둔 인제읍 고사리취수장을 제외한 25곳이 정상화됐고, 11개 시군 3만8370가구와 7개 시군 9698회선이 불통되었던 전기와 통신시설도 각각 99.7%, 98.4%가 복구됐다.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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