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아산병원에 중국인 A(17) 양이 입원했다. 그는 구순열(언청이) 성형수술을 받고 4박 5일간 특실에 머물렀다. 부동산 부자인 A 양의 부모는 서울시내 특급호텔에서 머물며 관광을 즐겼다. 이들이 한국에 뿌리고 간 돈은 1500만 원이 넘었다.
미국인 B(74) 씨는 몽골을 여행하다 갑자기 신장 기능이 마비되고 폐에 물이 찼다. 그는 현지 의료진의 추천으로 삼성서울병원으로 급히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그의 치료비는 1000만 원가량이었다.
▽한국 찾는 환자들=외국인 환자들이 한국 병원으로 몰려들고 있다. 치료가 까다로운 심장질환 등 특정 질환 환자들은 대형 병원에, 성형 등 미용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과 치과 환자들은 개인 병원을 주로 찾는다.
이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싼 값에 높은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학회는 국내의 전반적인 의료 수준이 미국의 76%, 일본의 85%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성형, 진단 검사, 피부, 치과 등의 수준은 이들 국가보다 높다고 자부하고 있다.
반면 일반 진료비는 미국의 10% 수준이며 쌍꺼풀, 유방 확대 등 성형외과 수술비는 일본의 25∼33%, 제왕절개나 척추 수술비는 미국이나 일본의 10% 수준이다.
국내 의료 기술의 수준이 높아지자 고가의 치료비를 내면서 한국을 찾는 환자도 있다. 서울아산병원 흉부외과 송명근 교수는 “외국인 환자에겐 심장질환 수술비를 국내 환자보다 2, 3배 비싸게 받고 있지만 외국인 환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의 국적이나 유입 경로는 전체적으론 파악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외국인 고소득자들이 현지 의료인이나 브로커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환자를 잡아라=외국인 환자들은 돈을 ‘펑펑’ 쓴다. 가족과 경호원 등 10여 명을 대동하고 오는 러시아 고위층 환자도 있을 정도다. 의료계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고가의 치료를 받는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러시아 고위층 환자를 위해 최근 러시아인 의사를 채용했다. 아름다운나라 성형외과는 중국어 통역이 가능한 코디네이터를 채용했다. 우리들병원은 외국인 환자를 공항에서 마중하고 배웅하며 여행 정보까지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 병원 이황 팀장은 “현재 1%인 외국인 환자 비율을 5∼10%로 끌어올려 주요 수입원으로 삼을 작정”이라고 말했다.
▽인프라가 부족하다=싱가포르는 2004년 해외 환자 26만 명을 유치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2년까지 해외 환자를 100만 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마케팅 기관까지 만들었다.
이제 의료 수출은 산업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직은 외국인 환자를 위한 인프라가 미흡하다. 보건산업벤처협회 박인출 회장은 “의료와 관광을 연계시켜야 하며 해외 박람회를 통해 홍보전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언어 장벽이나 까다로운 비자 발급 절차도 문제다. 지난해 중국인 C(31·여) 씨는 건물에서 떨어져 척추를 다쳐 국내 병원에 수술보증금 500만 원까지 내고 초청장을 받았지만 현지 한국영사관이 비자 발급을 거부하기도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중국인 환자 한국 비자발급 쉬워진다▼
본보는 보건복지부가 최근 확정한 ‘의료서비스 수출전략 방안’을 23일 단독 입수했다.
제도개선, 홍보, 상품개발 및 인프라스트럭처 지원 등 세 개의 분야로 구성된 이 방안에 따르면 중국인이 치료 목적으로 비자를 신청할 경우 비자 발급 절차가 대폭 간소화된다. 발급기간이 현재 10일에서 5일 이내로 줄고 한국 병·의원의 초청장과 귀국보증각서가 없어도 비자를 받을 수 있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의 소개 및 알선을 금지하고 있지만 외국인 환자에 한해 허용된다. 복지부는 해외 환자 유치 전문 대행회사(에이전시) 활성화 방안을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외국인 환자를 위한 진료 기반을 갖춘 병원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인증병원에 대해선 전담 코디네이터 지원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복지부는 영어 중국어 일어 등 3개국어로 서비스하는 해외용 의료포털사이트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사이트는 인증병원과 병원별 상품, 진료비 등을 소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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