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부터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뛴 덕분에 2.5km 한 바퀴를 돌아도 숨이 차지 않는다. 힘을 내 한 바퀴를 더 돈 뒤 체력단련장에서 ‘몸짱’ 후임병의 지도 아래 윗몸일으키기와 역기 드는 운동을 더 했다.
입대 전 체중이 100kg(키 174cm)을 넘던 이 병장은 지금 85kg으로 날씬(?)해졌다. 초임병 시절 야간 경계 근무를 마치면 입에 달고 살던 ‘뽀글이’(봉지에 물을 부어 먹는 라면을 일컫는 군대 용어)와 초코파이, 콜라를 잊은 지 오래다.
전역을 3개월여 앞둔 이 병장은 80kg까지 감량하는 것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체중이 줄어들면서 예전에는 힘들었던 훈련도 이제는 걱정 없다”며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뚱보’였던 이 병장의 이런 변화는 소속 부대인 충북 증평군의 육군 제37사단(사단장 김일생 소장)이 운영하는 6개월 과정의 ‘체중 조절 프로그램’ 덕택이다.
일부 신병교육대에 비슷한 다이어트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일선 사단에서 이같이 장기적으로 병사들의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사단은 올해 초 전 병사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6%(243명)가량이 비만 또는 고도비만으로 나타나 정상적인 훈련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 사단장은 군인이 훈련을 못하면 전투력이 떨어지고 팀워크 등에 문제가 생긴다고 보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사단 의무대장 배용성(37) 소령은 부대 인근에 있는 증평보건소의 협조를 얻어 운동요법과 식이요법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짠 뒤 희망자를 모집했다.
체중 10%를 감량하면 3박 4일을, 추가로 7%, 그 뒤 또 5%를 감량하면 각각 4박 5일의 포상휴가를 준다는 당근책도 내놨다.
줄넘기와 구보, 스트레칭, 계단 오르내리기 등 자신의 체력 수준에 맞춰 운동을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여 나갔다.
식사량 3분의 1 줄이기, 국물과 인스턴트 식품 안 먹기 등 한창 나이의 병사들에게는 힘든 식이요법도 잘 참아 냈다.
증평보건소에서는 전문가들이 2주마다 체지방을 측정해 체중 감량 진행 상황을 알려 주고 건강상담은 물론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5개월이 되자 병사들의 체중은 2∼26kg 줄었다. 평균 감량은 7kg.
5월 25일 전역한 양승헌(23) 씨는 무려 26.4kg이나 줄였다. 복학을 앞둔 양 씨는 “전역한 뒤 가족과 친구들이 몰라볼 정도”라고 말했다.
37사단의 이 같은 성과는 육군본부에 보고됐고, 육본은 내년부터 전 사단에 이 프로그램을 확대해 시행할 것을 검토 중이다.
기동대대장 조구증(44) 중령은 “병사들이 몸짱으로 변해 가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것이 더욱 보기 좋다”며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전투력 향상도 덤으로 얻었다”고 말했다.
증평=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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