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주도한 국제연구팀이 처음으로 지진해일을 일으킨 지진의 정체를 밝혔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지구과학부 한신찬(31·사진) 박사는 3일 “지구 450km 상공에서 돌고 있는 쌍둥이 위성 그레이스를 이용해 해저 지진으로 뒤틀린 지각의 변동 상황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 4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그레이스는 똑같은 위성 2대로 이뤄져 있는데 200km 정도 간격을 유지하며 지구 주변을 돈다. 지구의 어느 지점 위를 도느냐에 따라 그레이스를 끌어당기는 힘(중력)이 달라지는데 이 중력의 차이 때문에 200km의 간격이 변한다. 예를 들어 산 위보다 바다 위를 돌 때 중력이 약간 줄어들어 간격이 미세하게 좁아진다. 지상에서는 머리카락 지름의 10분의 1 수준인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간격 차이까지 잡아낼 수 있다. 이런 간격 차이를 알면 역으로 중력의 세기를 추정할 수 있다.
한 박사는 “지진해일이 발생하기 전후 6개월 동안 그레이스가 수집한 중력 데이터를 분석했다”며 “해저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7분 동안 1300km에 걸쳐 땅이 갈라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했을 때 해저 지각이 상승한 결과 심해에서 바닷물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바닷물이 제트기와 맞먹는 시속 600km로 이동했고 남아시아 해안가에서 4m 높이의 거대한 파도로 돌변했다. 바로 지진해일이다.
한 박사는 “해저 지각이 상승하는 동시에 그 지역이 가벼워졌기 때문에 한쪽에서는 중력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온 것”이라며 “그레이스 덕분에 그동안 베일에 싸여 온 해저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에 대한 주요 단서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또 “지진해일의 조짐을 미리 알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상당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998년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을 떠나 2003년 오하이오주립대 지구과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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