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질병관리본부와 한국에이즈퇴치연맹 등에 따르면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가운데 매년 50여 명의 신규 에이즈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신규 에이즈 감염자 500∼600명의 10% 안팎이지만 인구 대비 감염자 비율은 외국인이 훨씬 높다. 2005년 현재 한국인 감염자는 인구 10만 명당 1.4명이지만 외국인은 11.1명이다.
문제는 국내 체류 외국인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체류 등으로 에이즈 검사를 받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즈 예방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연예’ ‘유흥업’ 등에 종사하기 위해 91일 이상 국내에 체류할 경우에만 입국한 뒤 72시간 이내에 에이즈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외국인이 스스로 원하지 않는 한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 분쟁 등을 이유로 외국인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마저 작성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감염 사실이 확인된 외국인에게 자진 출국을 권유할 뿐”이라며 “감염자의 인권 보호와 국가 간 분쟁을 피하기 위해 감염 경로를 따로 추적하거나 국가별 집계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인은 전국의 보건소에서 에이즈에 대한 상담과 검진을 받을 수 있으며 6곳의 에이즈 전용 상담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외국인 에이즈 상담소’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1곳이 있다. 이 상담소의 관계자는 “영어강사 등 주로 화이트칼라 외국인이 많이 찾아오고 있으며 불법체류 외국인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국인 에이즈 사업 예산을 내년부터 배정하지 않기로 해 외국인 에이즈 감염자에 대한 관리는 더욱 부실해질 전망이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은 올해 10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아 다음 달 서울과 경기 안산시에 외국인 에이즈 센터를 열 계획이지만 내년 운영비를 한 푼도 배정받지 못했다. 김훈수 사업국장은 “에이즈 센터의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갈수록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어 에이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외국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에이즈 상담소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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