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실험의 세계적 ‘고수’ 2명이 한국을 찾았다. 12일과 16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서울과학고에서 대한화학회(회장 이은) 주최로 열린 ‘화학실험 시범강연회’.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화학과 빅터 오벤드라우프 교수와 미국 매디슨 위스콘신대 화학과 바삼 샤카시리 교수가 ‘무대’에 올라 관객을 사로잡았다.
20년째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험수업을 해온 오벤드라우프 교수의 12일 강연 주제는 ‘불의 역사’였다.
그는 대뜸 막대기에 불을 붙인 후 입으로 ‘먹는’ 시범을 보였다. 연소 과정에서 산소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 몸소 서커스단 못지않은 공연을 펼친 것이다.
또 바로크 시대 작곡가 헨델의 곡 ‘궁전의 불꽃놀이’에 맞춰 필름통 안에 있던 옥탄 기체를 터뜨려 폭죽 소리를 냈다.
오벤드라우프 교수는 “과학 교육 역시 정서에 호소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며 “마술이나 서커스처럼 관심을 끌기 쉬운 탐미적인 요소들을 실험수업에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샤카시리 교수 역시 30년 이상 화학실험을 통해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어온 학자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화학적 진동 현상’을 보여 줬다. 제목은 어려웠지만 눈은 즐거웠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고교 교사 2명이 실험 도중 우연히 발견한 이 현상은 화학반응에서 반응물과 중간 생성물이 반복해서 나타나기 때문에 색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3종류의 용액을 차례로 섞고 흔들자 3∼5분 간격으로 ‘투명→호박색→짙은 남색’으로 색이 반복해서 변했다.
그가 운영하는 홈페이지(www.scifun.org)에서는 지금까지 개발된 400가지 이상의 화학실험 방법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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