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거실에 있는 TV를 켜고 어제 빨래를 하느라 놓쳐버린 드라마를 검색한다. 컴퓨터와 TV가 합쳐진 것 같은 화면에서 ‘드라마’메뉴에 들어가면 김 씨가 즐겨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횟수별로 다 올라와 있다. 어제 방영분을 선택하고 리모컨에서 재생 버튼을 누르자마자 귀에 익은 주제가가 들려온다.
김 씨가 이렇게 손쉽게 지나간 TV 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것은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TV 포털’서비스 때문이다.
이전에는 놓쳐버린 프로그램 재방송을 찾느라 케이블 TV 채널을 한참 동안 돌려야 했다. 찾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
TV 포털은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인터넷 회선을 통해 내려받은 후 TV 수상기를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문형비디오(VOD)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지난달 24일 하나로텔레콤의 ‘하나TV’ 출범을 계기로 본격화된 TV 포털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하나TV’는 현재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4만 명의 가입자를 모으는 등 기대 이상으로 선전 중이다.》
○ 주요 업체들 속속 ‘입성(入城)’ 선언
TV 포털 시장은 하나로텔레콤 이외의 주요 통신업체들도 속속 본격 참여를 선언하면서 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될 기세다.
2004년 서비스를 시작하고도 가입자 확보에 소극적이었던 KT ‘홈엔’은 지난달 말부터 마케팅을 크게 강화했다. 데이콤과 LG파워콤도 올해 안에 TV 포털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최근 공식 선언했다. 데이콤은 이미 자회사 데이콤아이에서 콘텐츠를 공급받기로 방침을 세웠다.
유선통신 사업자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사업자도 TV 포털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 SK텔레콤은 4월에 삼성전자, LG전자, CJ 인터넷 등과 함께 결성한 ‘디지털TV 포럼’을 통해 TV포털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연예매니지먼트 회사 IHQ의 최대 지분을 확보하기도 했다.
전체적인 시장 규모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업계에서는 TV 포털의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고 있다. 올해 50억 원 매출을 예상하는 하나로텔레콤은 내년 매출 목표를 700억 원으로 잡아놓고 있다. SK텔레콤은 앞으로 TV 포털을 노래방,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서비스와 결합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풍부한 콘텐츠와 고화질 고음질 장점
우선 방송 편성표에 따라 ‘일방적으로’ 시청해야 하는 기존 방송과 달리 언제나 원하는 프로그램만 골라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이것은 개인별 선호가 뚜렷한 요즘 시청자들의 구미를 자극하는 요소다. 주문형 비디오(VOD)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중 방송(Broadcasting)이 개인별 욕구를 채워 주는 개인 방송(Personalcasting)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 드라마, 교육, 생활정보, 스포츠 등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일반 방송에서 보기 힘든 다큐멘터리나 해외 스포츠, 공상과학(SF) 등 상대적으로 ‘희귀한’ 콘텐츠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하나TV’가 2만5000편의 드라마와 영화 등을 확보해 놓는 등 주요 사업자들은 이미 콘텐츠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화질(HD) 화면을 즐기는 것과 함께 일반 TV 방송에서는 불가능한 5.1채널의 고음질 음향을 들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 디지털 콘텐츠의 특성상 다운받은 영화를 반복해 볼 수도 있다. 프로그램 선택과 되감기, 빨리감기, 멈춤 등의 동작은 전용 리모컨으로 쉽게 할 수 있다.
○ 앞으로 IP TV로 발전해 나갈 것
지상파 TV와 비교했을 때 TV 포털의 가장 큰 약점은 지상파 방송을 실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TV 안테나 연결 단자가 달린 셋톱박스가 보급돼 지상파 방송도 볼 수 있게 된다.
TV 포털은 앞으로 ‘꿈의 TV’라 불리는 IP(Internet Protocol) TV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다. TV 포털은 쌍방향 데이터 통신 기능이 없다는 것을 제외하면 IP TV와 거의 같다. 실제로 앞으로 IP TV 서비스가 시작되더라도 TV 포털용 셋톱박스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TV 포털에서 IP TV로의 발전은 내년을 분기점으로 해 2008년경 본격화할 전망이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는 16일 IP TV 시범사업 공동 추진에 합의했다. 올해 11월에는 시범서비스가 실시될 예정.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중에는 상용 서비스가 시작된다. 주요 업체들 역시 내년을 상용화 원년으로 잡고 있다.
IP TV 시대가 되면 영상 콘텐츠 감상은 물론 양방향 데이터 통신 기능을 이용해 TV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게 된다. TV로 물건도 사고 은행업무도 볼 수 있다. 통신과 방송이 하나가 되는 ‘통신방송 융합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글=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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