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11일 하나로텔레콤을 불법 방송사업자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하나로텔레콤은 15일 만일 케이블TV방송협회가 자사를 고발할 경우 업무방해 등으로 맞고발하겠다고 정면 대응했다.
방송, 통신과 관련한 정부 기관도 자기 진영의 편을 들고 나섰다. 방송위원회는 ‘대가를 받고 방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은 유료 방송에 해당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정보통신부 고위 관계자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어떻게 인터넷 기술인 주문형 비디오(VOD)를 방송으로 볼 수 있느냐”고 반발했다.
이 문제는 16일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TV 포털의 발전 형태인 IP TV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양 진영은 아직까지 어떠한 고소 고발도 없이 ‘휴전’ 중이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방송통신 융합 시대가 온다’는 기대와 함께 콘텐츠와 셋톱박스 기기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갈등과 ‘봉합’ 과정에는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방송, 통신 진영의 싸움과 신기술에 대한 기대, 연관 산업에의 확산 효과는 이슈가 되었지만 정작 서비스를 이용할 소비자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기자는 통신 업계와 방송 업계가 소비자를 돈벌이 대상 이외의 존재로 생각한 적이 있는지 솔직히 의문이다.
케이블TV 업계는 왜 소비자들이 자신들을 떠나 TV 포털로 옮기려 하는지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소비자들은 정부가 만들어준 지역독점체제 안에서 채널을 마음대로 바꾸고, 조금 재미있다 싶은 방송은 유료로 돌려버리는 케이블 TV에 불만이 많다. 통신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콘텐츠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선정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깊이 고민해 보았는가.
세금으로 직원 월급을 주는 정통부와 방송위원회도 할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법리 공방의 와중에 소비자의 권익에 대한 이슈 제기는 별로 없었다는 것은 기자만의 기억일까.
문권모 경제부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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