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라의 나이-사망원인 부검 않고도 알아내
CT를 찍는 환자는 침대에 누워 커다란 도넛처럼 생긴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도넛’ 안쪽에는 X선 튜브와 검출기가 마주보게 설치돼 있다. 기계가 회전하는 동안 튜브에서 나온 X선은 환자의 몸을 투과해 검출기로 들어간 다음 일정한 간격으로 나뉜다. 간격마다 영상이 하나씩 만들어진다.
처음에는 이 간격이 20∼30mm였다. 이만 한 두께의 인체 단면 정보가 한 영상에 뭉개져 나타나는 것. 초기의 CT 개발자들은 이 간격을 줄이는 데 열을 올렸다. 단면이 얇을수록 영상이 더 정확해질 테니 말이다.
검출기의 수도 점점 늘어 4채널, 16채널, 64채널 CT가 잇따라 개발됐다. 4채널 CT는 2.5mm, 16채널과 64채널은 각각 0.75mm, 0.6mm 두께의 단면 정보가 한 영상에 담긴다.
고려대에서 이번에 미라를 촬영한 장비는 64채널. 연구를 이끈 의대 병리과 김한겸 교수는 “64채널 CT로 얻은 영상을 컴퓨터에서 3차원으로 복원해 미라 뱃속에 들어있는 태아의 건강 상태까지도 알아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치아의 CT 영상을 3차원으로 만들면 마모된 정도를 분석해 얼마나 오래된 미라인지도 예측할 수 있다.
● 장기 내부 성분 구별하는 CT도 개발 중
CT의 성능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소는 촬영 속도다. 4채널 CT는 촬영할 때 환자가 25∼30초 동안 숨을 참고 있어야 했다. 도넛 모양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장기의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정확한 영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이나 어린이는 오랫동안 숨을 참기가 쉽지 않다. 과학자들은 기계를 더 빨리 회전시켰다. 그 결과 64채널 CT는 3∼5초간만 숨을 참으면 될 만큼 발달했다. 그러나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거나 불규칙적인 환자를 진단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했다.
과학자들은 아예 튜브를 하나 더 장착했다. ‘다중튜브 CT’가 등장한 것. X선이 두 개의 튜브에서 나오기 때문에 같은 영상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64채널 CT의 반으로 줄었다.
요즘은 두 X선의 세기를 달리 한 ‘다중에너지 CT’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 튜브에서는 강한 X선을, 나머지 튜브에서는 약한 X선을 쏘여 그 차이를 분석하는 원리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방사선과 서준범 교수는 “의료장비를 개발하는 독일의 지멘스사와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다중에너지 CT 연구협약을 체결키로 했다”며 “근육 간 심장 같은 장기 내부의 성분들까지 세밀하게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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