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 후손인 한 재미(在美) 한인과학도가 여성 임신의 중요한 과정을 최초로 밝혀냈다.
미국 베일러의대 케빈 리(한국명 이유선·29·사진) 연구원은 7일 여성의 임신에 관여하는 프로게스테론에 의해 조절되는 ‘인디언 헤지호그’라는 단백질이 정자와 난자가 결합된 배아를 자궁에 안정적으로 착상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단백질은 기관 발생, 정자 형성, 종양 형성, 줄기세포 조절 등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씨는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자궁에서 이 단백질을 제거하자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1저자이자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 씨는 현재 박사과정생으로 미국 일리노이 주 태생의 재미교포 3세.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이자 재미 한인의사로 활동했던 고 이병훈 선생이 그의 할아버지다.
이 씨는 청빈하고 강직한 의사였던 조부의 삶을 바라보며 의학자로서 꿈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우혜경 씨는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상하이(上海)와 미국에서 의술을 펼쳤던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다”며 “그러나 할아버지처럼 의사의 길을 걷는 대신 순수기초의학연구 쪽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1년 미국 일리노이대를 졸업한 뒤 베일러의대에 입학해 줄곧 생식 분야를 연구해 오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에는 베일러의대 정재욱 박사, 부산대 곽인석 연구교수 등 한국인 과학자도 참여해 연구를 주도했다.
정 박사는 “불임 원인을 규명하는 것을 비롯해 자궁암 진단 및 치료 등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자궁 내 세포 활동 연구에 새 길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 과학저널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제네틱스’ 3일자 인터넷판에 실렸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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