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필자는 미국 산부인과 의사인 김대중 박사가 언급한 미국 사회의 암 환자 배려 시스템에 더 관심이 갔다.
김 박사는 뉴욕의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메디컬센터를 오가면서 암 치료를 받을 때 이들 병원 측이 비행기를 공짜로 알선해 줬다고 한다. 그것도 미국 부자들의 개인 전용기를. 이는 암 환자 치료를 위한 봉사단체(Corporate Angel Network)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암 환자가 이곳에 등록하면 미국 부호들의 전용기를 카풀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박사가 대장암 백신 치료를 받았던 듀크대 메디컬센터는 장기 암 환자를 위해 무료 숙소도 운영하고 있다. 호텔처럼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환자들이 불편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암 환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의사의 ‘친절’이다. 미국 병원들은 골프 모임을 자주 주선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환자들에게 의료정보 제공과 함께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도 암 환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학병원들이 경쟁적으로 암 센터를 짓고 있다. 외형은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암 환자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는 아직도 부족하다. 특히 항암제 주사 한번 맞기 위해 힘든 몸을 이끌고 기차나 버스에 몸을 실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미국 병원의 저렴한 호텔 시스템이나 각종 모임을 통해 의사와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저 부러운 대목일 뿐이다.
미국이 암 환자를 잘 돌볼 수 있는 것은 풍부한 민간기금 덕분이다. 암에 관심이 있고 투병 경험이 있거나 극복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기부한 돈으로 운영된다. 이런 암 환자들의 태도도 배울 만한 점이다.
김 박사는 “내가 의사여서 보통사람보다 더 ‘대접’을 받은 면도 없진 않겠지만 여러 면에서 환자를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는 의료 환경은 참고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교육생활부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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