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기관지염 등 노약자에게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 중 메타 뉴모바이러스(MPV)는 2∼5월, 보카바이러스는 4∼7월에 크게 유행한다는 사실이 국내 역학조사 결과 처음 밝혀졌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이환종 교수는 2000∼2005년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5세 이하 소아과 환자 5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1일 밝혔다.
MPV는 2001년, 보카바이러스는 지난해 새로 발견된 호흡기 바이러스지만 아직까지 유행 시기 및 특성에 대해 세계적으로 대규모 역학조사가 드물었다. MPV는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었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검출되는 바이러스다.
매년 겨울에 유행하는 RSV와 달리 MPV는 봄까지 빈발한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노약자들에게는 봄에도 폐렴주의보를 내려야 할 것 같다.
또 보카바이러스는 다른 지역에서는 겨울에 유행하는 것으로 일부 보고가 됐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4∼7월에 유행했다.
이 교수는 “최근 새로 발견된 MPV와 보카바이러스는 세계적으로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특성이나 유행하는 시기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며 “바이러스는 지역에 따라 유행하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 한국의 경향을 조사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열이 나면서 컹컹거리는 기침을 하다 심하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크루프’의 원인인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주로 4∼7월에 유행하는 걸로 봐서 한국에서는 겨울에 이어 봄에도 호흡기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보카바이러스는 주로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키지만 천식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 천식은 아토피와 마찬가지로 알레르기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특정 바이러스가 발작적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감염성 질환은 날씨, 인구 밀집도, 생활환경 등에 따라 지역별로 특성이 다르다.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소아뿐만 아니라 노인, 만성 심장병 환자 등을 자칫 위험한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어 역학조사 및 예방약 연구가 중요하다.
이 교수는 이런 내용을 담은 ‘새로 규명된 호흡기 바이러스가 한국 소아에게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빈도 역학조사’ 논문을 지난달 호흡기 관련 국제학술 권위지인 ‘CID’를 통해 발표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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