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권순일]운동은 행복 테크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5분


요즘 TV를 틀면 쏟아져 나오는 게 ‘맛’자가 붙은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다. TV에서 나오는 “냠냠 쩝쩝” 소리를 한참 듣고 있다 보면 인간이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 먹을거리가 중요한 건 분명하다. 인간의 기본 욕구 중에서도 식욕이 처음이고 다음이 수면욕, 성욕이라고 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좋은 음식만 찾아 먹으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천하를 통일한 뒤 불로장생약을 구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던 중국의 진시황은 50세에 수명을 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왕들의 평균수명은 47세였다고 한다. 좋다는 음식과 보약은 다 드셨을 왕들의 수명이 이처럼 짧았던 이유로는 운동 부족이 꼽힌다. 현대의 의학자들은 주로 궁내에 머물면서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던 왕들이 당뇨나 고혈압 등 각종 성인병에 시달렸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2003년 생명표’에 따르면 여자의 평균수명은 80.8세, 남자는 73.9세다. 의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평균수명은 늘어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현대인의 관심은 얼마나 오래 사는가에서 얼마나 정력적으로 오래 사는가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의학자나 운동 생리학자들은 건강하게 장수하는 비결로 적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첫손에 꼽는다. 많은 연구결과에서 젊어서부터 해 온 운동 습관은 건강한 삶과 함께 노년기의 여가 활동을 윤택하게 해 주며 질병을 예방할 수도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나와 있다.

운동은 공부 잘하는 비결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의 교육 전문지 ‘아메리칸 스쿨보드 저널’은 캘리포니아 주 교육청 조사 결과를 인용해 ‘운동을 열심히 해 체력 관리를 잘할수록 두뇌 활동이 활발해지고 학업 성취도가 올라간다’고 2월에 보도한 바 있다. 특히 이 전문지는 운동을 많이 하면 다른 과목보다도 수학 성적이 두드러지게 향상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이쯤 되면 ‘내가 하는 운동은 숨쉬기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이제는 제대로 하는 운동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지 않을까.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 된 운동이라는 것은 거창한 게 아니다.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처럼 산불이 나고 태풍이 몰아쳐도 나 몰라라 하며 골프채를 휘두르는 것도 아니고, 약삭빠른 직장인처럼 업무를 제쳐 놓고 틈만 나면 체육관으로 달려가지 않아도 된다.

운동 생리학자들은 ‘좋은 운동’의 조건으로 가벼운 운동을 반복해서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고 지적한다. 점심시간에 짬을 내서 회사 근처를 걷는다든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오르내리는 것, 휴일에는 가족의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바로 좋은 운동이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생활체육협의회가 전개하고 있는 ‘스포츠 7330 캠페인’은 의미가 있다. ‘7330 캠페인’은 ‘일주일(7일)에 세 번 이상, 하루 30분 운동하자’는 뜻이다. 이렇게만 하면 운동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혐오식품을 먹지 않고도 스태미나를 증진하고,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운동이야말로 최고의 ‘행복 테크’임에 틀림없다.

권순일 스포츠레저부장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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