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병원에서 전문 클리닉으로
탤런트 홍여진(49) 씨는 지난해 10월 21일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침에 샤워를 하다가 가슴의 ‘기분 나쁜 멍울’에 신경이 쓰인 그는 난생 처음 친구가 추천한 유방 클리닉을 찾았다. 의사와의 상담에서 초음파검사와 유방촬영검사, 맘모톰 시술을 통한 조직검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휴일이 끼어 있었음에도 3일 만에 유방암 0기 진단을 받았고 26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암 검사=큰 병원’이란 공식이 적용될 것 같지만 유방만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유방 클리닉에서 유방암 검사를 받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2002년 출범한 대한유방클리닉협회의 회원 클리닉은 전국 40여 곳에 이른다.
대한유방클리닉협회의 권오중(청담서울여성외과 원장) 회장은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유방암의 약 20%를 진단했을 만큼 유방 클리닉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방 클리닉에 발길이 몰리는 이유는 최초 방문과 상담, 검사 등 모든 과정이 ‘원스톱’ 식으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많기 때문.
각종 검사를 받고 결과를 알기까지 보통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종합병원과 달리 유방 클리닉에선 빠르면 하루 만에 검사 결과를 알 수 있다. 또 유방에 멍물이 잡히는 것과 같은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땐 갑작스럽게 찾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홍 씨는 “대형병원은 기다리는 동안 불안하고 아무 때나 찾아갈 수도 없지만 유방 클리닉은 언제든 의사를 만날 수 있고 결과도 금방 알 수 있다”며 “빠르고 편리하게 유방암 검사를 받는 데는 유방 클리닉이 제격”이라고 강조했다.
치료도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클리닉 유(乳)’의 서준석 원장은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가 필요 없는 0기 유방암과 섬유종은 결과가 나온 뒤 즉시 제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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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방을 살린다
‘유방을 살려라.’
최근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는 테마다.
10년 전만 해도 유방암에 걸리면 진행 수준에 관계없이 유방을 일단 절제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단순히 생존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후 환자의 삶까지 고려해 유방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치료 형태가 바뀌고 있다.
권 회장은 “각종 임상실험을 통해 유방의 절제 비율과 치료 효과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결과가 많이 나오면서 유방을 최대한 살리는 치료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심리적으로도 자궁을 잃은 여성보다 유방을 잃은 여성들의 상실감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유방을 보존하는 건 환자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에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70% 이상이 유방의 원래 모양을 최대한 보존하는 부분절제 수술을 받는다. 10년 전 유방암 환자의 70% 이상이 전체절제 수술을 받은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라는 평가다.
종양의 크기가 커 절제해야 할 부위가 클 때에도 유방을 보존하려는 노력에는 변함이 없다. 이럴 때는 먼저 항암치료로 종양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시도한다.
하지만 종양이 유두 바로 밑에 있거나, 여러 개의 종양이 산발적으로 생긴 경우에는 여전히 전체절제 수술이 이뤄진다.
○ 조기 진단이 최선의 방법
유방암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환이다.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수록 걸릴 가능성도 높아진다. 생활수준 향상으로 폐경 시기가 늦어지고 출산율이 떨어질수록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비타민C와 아이소플라빈 함유량이 많은 브로콜리, 검은콩, 토마토 등을 자주 먹고 주기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하는 등 평소에 건강을 챙기는 것 외에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전문가들은 ‘조기 치료’에 포커스를 맞춰 최대한 많은 여성이 정기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권 회장은 “한국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20%가량이 35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층에서도 발병 비율이 높다”며 “30세 이상의 여성은 1년에 한번씩 유방암 검사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권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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