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얼굴은 신기하게도 근육 40여 개가 수천 가지의 표정을 만들어낸다. 기본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은 이미 생물학적으로 정해져 있다. 윗입술이 들리는 것은 역겨운 상황에서, 얇아지는 것은 화가 날 때 나타난다. 눈썹 안쪽이 올라가는 것은 슬플 때 관찰된다.
영국의 생물학자 다윈은 얼굴 표정이 진화의 산물이라고 했다. 개가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것은 막 공격을 하겠다는 신호다. 사람의 표정은 동물처럼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상징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쓰이게 됐다.
사람의 입은 들리는 말을 하지만 얼굴은 들리지 않는 또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얼굴이 하는 말을 대충 듣기 때문에 곧잘 속아 넘어간다.
의도적으로 감정을 통제할 때는 부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온다. 표정과 거짓말의 관계를 연구하는 나는 언론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보며 그들의 감정을 분석한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야당 대표와 참패한 여당 대표의 미소는 서로 다른 이유에서 부자연스러웠다.
불편함을 감추려는 사람은 입 꼬리를 끌어올려 보지만 다른 근육이 협조해 주지 않아 애매한 미소가 된다. 남들에게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사람은 양 입술을 서로 눌러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끌어내리지만 눈 주변 근육이 즐거움을 말해준다.
범죄 수사에서도 표정 분석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잘못했다고 뉘우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눈과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입으로는 사죄하면서도 눈을 똑바로 뜨고 있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진심을 의심하게 된다. 범행을 숨기려는 용의자는 최대한 불안하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표정관리에 들어가지만 어색한 미소와 미세한 표정 변화가 진실을 거역하고 있다는 단서가 되곤 한다.
조은경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 ekjo@hally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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