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보관 재대혈 재생능력 미비

  • 입력 2006년 11월 2일 18시 05분


신생아의 탯줄 혈액(제대혈)을 보관하는 사람과 업체가 크게 늘고 있지만 냉동보관된 제대혈의 세포 재생력이 크게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아이가 장래에 난치병에 걸릴 경우에 대비해 보관한 제대혈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대 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 오일환 교수와 여의도 성모병원 소아과 조빈 교수는 최소 1년 미만에서 최고 7년까지 냉동보관된 40개 제대혈 속에 있는 세포의 재생 능력을 조사한 결과 30~70%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재생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혈모세포 가운데 세포가 거의 죽기 전 단계에 이른 '초기 세포사'했기 때문이다. '초기 세포사'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다.

영하 170도에서 보관되는 1개 제대혈 속에는 10만~100만 개의 조혈모세포가 있다. 조혈모세포는 각종 혈액세포를 만들 수 있다. 이 세포를 비정상 백혈구를 만드는 백혈병 환자에게 정맥주사하면 골수에 안착해서 정상적인 백혈구를 만들게 된다.

연구팀은 초기세포사 상태에 있는 조혈모세포들을 분리해 면역력이 떨어진 실험 쥐에 이식해 재생 능력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구결과는 혈액학 분야 권위지 중 하나인 영국 혈액학 저널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오 교수는 "살아있는 조혈모세포는 재생이 가능할 수 있으므로 제대혈 자체가 쓸모없지는 않다"면서 "냉동보관된 제대혈이 초기세포사했는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대혈 보관사업은 대표적인 의료 벤처업종으로 시장규모는 2000억 원대로 추산된다. 현재 13개 업체가 제대혈 20여만 개를 보관하고 있다. 매년 5만여 명이 제대혈을 보관하고 있으며, 비용은 1인당 100만~150만 원이다. 보관 기간은 15년 정도.

한 업체는 "사전 검사를 통해 좋은 제대혈만 선택해서 보관하며 이식 전에도 세포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면서 "오 교수가 제대혈을 어떤 방법으로 채취했고, 어떤 방법으로 보관하고 녹였는지에 대해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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