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직원들은 즉시 시내 큰 병원의 전문의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환자를 ‘다빈치’가 설치된 수술대에 눕혔다. 이어 ‘다빈치’와 전문의 쪽의 수술 장치가 통신으로 연결됐다. 전문의는 시내 병원에 앉아 전송되는 화면을 보면서 조종간을 움직였다. 전문의의 손놀림은 금세 ‘다빈치’의 수술용 팔로 전달됐다. ‘다빈치’의 팔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였다. 접합 수술 성공!’
‘원격 수술’이 이뤄지는 모습을 그려봤다. 하지만 먼 미래에 일어날 얘기가 아니다. 이미 첫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졌으며 기술은 더욱 세밀하게 다듬어지는 중이다. 프랑스 동부의 스트라스부르 대학병원은 ‘원격 수술’ 분야에서 새 역사를 써가고 있는 본산에 해당한다.
이 병원은 기록상으로는 1143년, 구전으로는 657년에 세워진 것으로 돼 있다. 역사가 유구한 만큼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의료 선진화에 늘 앞장서 왔다. 원격 수술을 비롯해 새 외과 수술기법을 개발하는 곳으로 명성을 얻은 것도 이 전통을 지켜왔기 때문이다.
기자가 이 병원을 방문했을 때 병원 측은 수술로봇 다빈치를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다빈치에는 3개의 팔이 달려 있었다. 내시경이 부착된 팔, 가위가 달린 팔, 집게가 붙어 있는 팔이다. 수술실에서 게임용 조이스틱 같은 조종간을 움직여 봤다. 집게와 가위로 건드려야 하는 부위가 크게 확대돼 조종간 앞의 모니터에 떴다. 로봇 팔은 의도하는 대로 정확하게 움직였다. 초보자도 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작동법이 간단했다.
안토넬로 포르지오네 박사는 “로봇 수술의 장점은 사람 손으로 하는 수술에서 생길 수도 있는 실수를 최소화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확대된 화면을 통해 환부를 세밀하게 볼 수 있는 데다 로봇 팔은 떨림이 없어 환부만 정조준해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실습실의 17개 수술대 위에는 마취된 돼지들이 하얀 배를 드러낸 채 누워 있었다. 실습 의사들이 손에 쥔 것은 메스가 아니라 기다란 수술용 막대. 한쪽 끝에는 가위와 집게, 칼 등 수술용 도구들이, 다른 쪽 끝에는 이 도구들을 움직일 수 있는 손잡이가 부착돼 있다.
먼저 돼지의 내부를 보기 위해 내시경 막대가 피부를 파고들었다. 끝에 달린 카메라가 돼지의 환부를 수술대 옆 모니터에 선명하게 내보냈다. 이어 실습 의사들은 집게와 가위가 부착된 막대를 집어넣어 반대편 끝에 달린 손잡이를 작동해 환부를 분리한 뒤 잘라냈다. 전 과정이 물 흐르듯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실습을 지휘한 디디에 뮈터 박사는 “세계적으로 복강경 수술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우리 병원에서는 췌장 관련 수술은 대부분 복강경 기법으로 시술한다”고 설명했다. IRCAD에서는 매년 3000명의 외국 의사들이 장단기 연수를 받는다. 뮈터 박사는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스트라스부르=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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