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하나 교수 진료실 속의 性이야기]허리 다쳤는데 웬 요실금?

  • 입력 2006년 11월 13일 03시 00분


“아유, 선생님, 내가 허리가 이 모양인데도 어제 밤을 따러 산에 갔다 왔다니까. 수술하고 나니까 몸이 훨씬 개운하네요. 소변이 잘 나와서 그런가. 새는 것도 없고.”

밤을 쇼핑백에 가득 담아 든 L 여사는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아이고, 허리야’를 연발한다. 50대 중반인 그는 몇 년 전 허리를 다쳐 그 후유증을 겪는 환자다.

허리를 다쳤는데 웬 비뇨기과?

사람은 대뇌에서 명령을 받아 소변을 참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다. 척추 안에 자리 잡은 전선과 같은 신경 다발들이 명령을 수행하는데 척추가 일부 골절되거나 파괴되면 마치 전선이 끊어져서 기계가 고장 나듯이 ‘소변 보기 시스템’이 고장난다.

L 여사는 방광 조절 기능이 손상돼 소변을 지리곤 했다. 오랫동안 약물치료를 해도 듣지 않다가 심한 요실금이 생겨 방광을 조절하는 신경에 자극을 주는 신경 조절기 삽입 수술을 하고 난 뒤 좋아졌다.

이처럼 척수 손상을 입으면 약물 치료로도 좋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약물에 잘 반응하지 않아 아예 소변을 못 보면 도뇨관이란 가느다란 관을 이용한다. 화장실 갈 때처럼 요도에 일정 시간마다 관을 끼워서 소변을 배출해 주는 것. 환자가 이 치료법에 잘 적응을 하면 별다른 부작용 없이 지낼 수 있다.

현재는 약제나 신경조절술을 이용해 척수 손상으로 인한 요실금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가 있다.

척수 손상으로 소변 기능에 문제가 생긴 환자가 삶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방광이 완전히 마비돼 한 방울의 소변도 보지 못해 하루 네 번씩 도뇨관으로 소변을 뽑고, 휠체어를 타고 다니면서도 활발한 사회생활을 하는 회사 중역을 본 적이 있다.

어떤 분은 사고 후 생긴 요실금으로 우울증에 빠져 증세가 호전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눈물로 지새우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환자나 의사나 가슴이 아프기는 마찬가지이다. 의사는 용기를 북돋아 주고, 잃은 것보다 살아남아 얻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진료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정신과 의사의 상담과 치료를 받도록 주선하고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윤하나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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