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운데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지혜의 여신' 아테네는 미모가 뛰어난 여신들이다.
이들의 외모에 대한 묘사에서는 탐스럽고 아름다운 금발이 빠지지 않는다.
두 여신을 그린 그림에서도 매력적인 헤어(모발)를 감상할 수 있다. 헤어가 상징성이 강한 아이콘으로 활용된 것이다.
아테네 여신의 신전에서 음란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아테네의 저주를 받아 아름다운 여인에서 추한 괴물로 변한 메두사의 이미지 포인트 역시 헤어다.
탐스럽던 금발의 머리카락이 모두 징그러운 뱀의 모습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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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의 박기수 교수는 “아테네와 메두사의 이야기에서 헤어는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을 동시에 상징하는 이미지 메이커로 사용됐다”고 말했다.
헤어를 이용해 극과 극의 대상을 창조해 낸 것이다.
이처럼 극단적이지 않아도 헤어는 실생활에서 이미지 메이커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사람들은 헤어스타일이 자신의 외모, 나아가 이미지에 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잘 안다.
사람의 첫 인상은 대개 3초 안에 결정된다고 하는데 이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헤어스타일이다. 아모레퍼시픽 소비자미용연구소 뷰티트렌드팀의 최숙희 과장은 “첫 인상의 60% 이상이 외모로 결정되고 이 중 50% 이상은 얼굴에 달려 있다”며 “얼굴에서는 헤어스타일이 50% 이상을 좌지우지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은 “인간의 신체에서 마음대로 길이와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건 헤어와 손톱, 발톱 뿐”이라고 강조했다.
헤어는 자신의 이미지를 바꾸고자 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전략적 무기’란 얘기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의 마리안 라프랑스 교수 연구팀은 헤어스타일과 첫인상의 상관성을 연구한 결과 특정한 헤어스타일에 따라 특정한 이미지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예컨대 여성은 머리카락이 길수록 섹시한 이미지가, 짧을수록 자신감 있는 모습이 상대적으로 강하게 부각된다는 것.
아모레퍼시픽 소비자연구소 뷰티트렌드팀의 도움을 받아 라프랑스 교수가 밝힌 기준에 어울리는 국내 연예인들의 헤어스타일을 찾았다.
섹시하고 부티 나는 느낌의 헤어스타일 소유자로 ‘긴 생머리’를 가진 전지현과 이효리가 꼽혔다.
단발형 커트에 굵은 웨이브가 들어간 ‘김남주 머리’는 지적인 느낌이 드는 헤어스타일. 자신감 있고 당찬 여성의 이미지에는 SBS 드라마 ‘하늘이시여’에서 왕빛나가 보여 준 짧은 커트의 헤어스타일이 어울린다.
남성 연예인의 경우 KBS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원빈이 선보인 짧은 머리가 자신감과 섹시미를 동시에 지닌 헤어스타일.
드라마 ‘겨울연가’에 등장한 배용준의 중간 길이 갈색 머리와 가수 신성우의 긴 머리는 부드럽고 따뜻한 이미지를 연출하기에 적합한 헤어스타일로 분류된다. 반면 지적인 느낌을 주기는 힘들다.
영화 ‘공공의 적’과 ‘공공의 적2’에서 이성재와 정준호가 각각 선보인 헤어스타일은 지적이며 성공한 남자라는 인상을 풍기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두 배우의 ‘공공의 적’ 헤어스타일은 차갑고 냉혹한 이미지를 줄 수도 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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