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비상한 관심 속에 공개된 땅굴의 정체는 지하연구터널.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봉을 영구 처분하는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7개월에 걸쳐 뚫은 시설이다.》
● 90m 인공 땅굴의 비밀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를 옆에 끼고 차를 타고 비포장 산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라가자 터널 입구가 보인다. 겉보기에는 방공호 입구를 닮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길게 뚫린 터널이 나왔다.
터널은 15t 덤프트럭 한 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 비탈진 내리막길을 따라 화강암 동굴을 180m 남짓 내려가자 작은 사거리가 나왔다.
여기부터 땅속에 스며든 방사성 물질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연구시설이다. 산꼭대기부터 이곳까지 깊이는 약 90m. 컴퓨터나 측정장치와 연결된 시추공들이 곳곳에 박혀 있다. 옆에서는 암반층의 균열과 지하수 흐름을 측정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소 고용권 박사가 “지하수의 흐름과 성질을 측정하기 위한 장비”라고 짤막하게 소개했다.
지하수는 핵폐기물 처분기술 연구에서 중점 연구 대상이다. 지하수가 어디에 어떻게 흐르냐에 따라 폐기물처분장에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하연구시설에서 하는 연구는 대부분 지하수에 집중돼 있다.
지하수는 바위틈(균열)을 따라 흐른다. 물길과 저장탱크 역할을 하는 균열이 없다면 지하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반도의 경우 1m마다 평균 2개 정도의 균열이 나 있고 균열 10개당 한 곳에 물이 흐를 정도로 지하수가 많다.
지하수는 흐르는 깊이에 따라 성질과 성분이 다르다. 깊을수록 흐르는 양과 녹아 있는 산소량이 적고 알칼리성을 띤다. 깊이 300∼500m의 화강암층에 처분장을 짓는 이유도 지하수 흐름이 느리고 부식 가능성이 적어 안정된 조건에서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스웨덴 등 선진국들의 처분장도 통상 450m 이상 깊은 땅 밑에 들어섰다.
지하수가 땅속 바위틈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보기 위해 연구팀은 소금과 무공해 형광용액을 쓴다. 이들 물질은 방사성 물질과 화학 성질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방사성 물질 대용으로 사용한다. 물과 만나면 이온으로 바뀌는 이들 물질의 움직임을 포착하면 바위틈에서 지하수가 어떻게 흐르는지 알아낼 수 있다.
한쪽에서는 화강암을 데우는 작업이 한창이다. 보통 고준위 폐기물 저장용기 내부는 연료봉이 내뿜는 섭씨 100도 안팎의 열로 뜨겁게 달궈진다. 완충제를 사용해도 용기 표면의 온도는 손을 대기도 힘들 정도로 높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