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눈으로 본다… 교과서 속 과학실험 이젠 재미있게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0분


컴퓨터와 센서를 과학 실험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이 최근 국내에서 연구되고 있다. 한 학생이 회전 원판 위를 도는 태양과 지구 모형에 자석을 붙인 뒤 자기 센서로 지구의 공전 주기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과학문화재단
컴퓨터와 센서를 과학 실험 수업에 활용하는 방법이 최근 국내에서 연구되고 있다. 한 학생이 회전 원판 위를 도는 태양과 지구 모형에 자석을 붙인 뒤 자기 센서로 지구의 공전 주기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한국과학문화재단
학생: “선생님, 소리는 어떤 모습이에요?”

교사: “소리는 파동이니 사인 곡선을 그릴 거야.”

학생: “어떻게 알죠?”

교사: “책에 그렇게 써 있잖니.”

학생: “…….”

요즘 중고등학교 과학 실험 수업의 수준을 빗댄 일화다. 재미있어야 할 과학 실험이 오히려 과학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과서 위주의 수업에서 벗어나 컴퓨터를 활용해 학생들의 재미와 관심을 유도하는 첨단 실험도구(MBL)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MBL(Microcomputer Based Laboratory)’은 말 그대로 컴퓨터와 각종 센서를 활용한 과학 실험실이다. 지난달 22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과학전시관에서 국내 과학교재 개발자와 과학교육 전문가들이 모여 MBL 교재 개발에 대한 사례 발표회를 열었다.

○컴퓨터-센서활용 음파 움직임 관찰

과학관의 한 실험실. 곳곳에서 “아∼” “어∼” 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 학생이 마이크에 입을 대고 소리를 내자 컴퓨터 화면에 물결 모양의 사인 파동이 나타난다. 이날의 수업 주제는 사람 목소리의 특징 알아보기. 소리 센서를 활용해 소리의 높낮이와 세기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한 학생이 소리를 지르자 물결이 생겼다가 사라진다. 소리를 더 크게 지르자 물결(진폭)이 크게 일렁이다 줄어든다. 날카로운 소리를 내자 물결(파장)이 촘촘해진다. 주파수가 높아진 것. 음파를 크게 확대하자 비슷한 크기와 높이로 소리를 냈는데도 사람마다 목소리의 파형이 다르다.

서울대 물리교육과 이성묵 교수는 “소리나 마찰력처럼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쉽게 측정하지 못했던 현상도 컴퓨터와 센서를 활용하면 정확하게 볼 수 있다며 “MBL을 활용하면 이론과 실험 수업을 조화롭게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측정시간 줄면 분석-토론에 시간할애 가능

첨단 장치를 사용하는 만큼 실험의 정확도가 올라가는 것은 기본. 초음파 센서를 활용해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와 위치를 쉽게 계산할 수 있다. 1초에 점 60개를 찍어 속도와 위치를 측정하는 종전의 타점기록계 방식은 센서에 비해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컴퓨터는 물체에 맞고 돌아온 초음파를 센서로 감지하자마자 단번에 계산한다. 느린 물체는 물론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움직임도 추적할 수 있다.

서울대 화학교육과 노태희 교수는 “센서를 활용하면 물리적인 운동뿐 아니라 온도에 따른 상변화처럼 물질 상태가 급격히 바뀌는 과정도 바로 알 수 있다”며 “연속적인 측정이 가능해 실험값의 오차도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학교 실험에 활용하는 수업은 유럽과 미국에서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들 나라는 이미 5, 6년 전 교재 개발을 끝내고 지금은 인터넷과 연계하는 쪽으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주축이 돼 개발하는 ‘IT for US’가 대표적인 사례. 학생들은 인터넷으로 비디오를 보고 분석한 뒤 컴퓨터를 활용해 똑같은 상황을 재현해 본다. 이론과 토론, 재현을 한번에 할 수 있다. 8월에 네덜란드에서 열린 유럽물리교육학회 정기총회에서도 주제로 다룰 만큼 최근 컴퓨터를 활용한 모델링은 큰 이슈.

서울대 물리교육과 유준희 교수는 “실험에서는 정확한 실험값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며 “앞으로 실험 정확도가 올라가고 측정에 들어가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분석과 토론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MBL이 실험 시간을 줄이고 정확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오류를 찾는 과정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컴퓨터와 센서를 활용하는 능력을 심어 줄 수 있다는 것은 입증됐다”고 말했다.

과학기술부는 내년에 5개 중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MBL을 실제 수업에 적용할 예정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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