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환경공학과 이상돈 교수가 주도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11∼12월 강원 철원군에 찾아오는 겨울 철새인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관찰해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두루미만 모여 있는 그룹,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섞여 있는 그룹, 재두루미만 모여 있는 그룹으로 새들을 구분했다. 같은 종끼리 모인 그룹은 2∼4마리의 가족 단위가 대부분. 이에 비해 두 종이 섞인 그룹은 수가 훨씬 많았다.
연구팀은 각 그룹의 새들이 주변을 경계하는 행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이종 그룹이 동종 그룹보다 경계하는 시간을 적게 소비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재두루미는 자기들끼리 있는 그룹보다 두 종이 함께 있는 그룹에서 다리를 들고 가만히 서 있는 자세를 더 자주 보였다. 두루미가 재두루미보다 몸집이 크고 싸움도 잘한다. 우세한 종과 함께 있어 마음이 편한 재두루미가 ‘다리 뻗고’ 편안하게 쉬는 것이다.
연구팀은 새들이 모이를 먹는 행동도 비교해 봤다. 동종 그룹보다 이종 그룹의 새들이 모이를 먹는 데 보내는 시간이 더 길었다.
결국 이종 그룹은 주변을 경계하는 데 신경 쓰기보다 먹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얘기다. 그룹 내에 개체 수가 많을수록 새들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
이 교수는 “자연 상태에서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함께 모이는 곳은 세계적으로 철원 지역이 유일하다”며 “철새를 보호하려면 관광객 수를 조절하여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생태학 분야 국제저널인 ‘생태연구’ 11월 8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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