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건강 365일/자궁근종]폐경 뒤에도 혹 커지면 암발전 가능성

  • 입력 2006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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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자궁질환 1위가 자궁경부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여성을 가장 괴롭히는 1위 질환은 ‘자궁근종’이다. 자궁근종이란 자궁 근육에 혹같이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

35세 이상의 여성 가운데 약 20%가 자궁근종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궁근종은 주로 30∼45세에 많이 발생하고 환자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이 진료한 자궁근종 환자는 1996년 2493명에서 2005년 4774명으로 크게 늘었다.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암과 달리 양성 종양은 전이되지 않는 대신 계속 커져 합병증을 일으킨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김병기 교수는 “대부분의 환자가 별 증상 없이 지내다가 초음파 검사를 받고 우연히 자궁근종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여성 호르몬이 원인일 것으로 추측되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증세=자궁근종은 대부분 증세가 없다. 일부 환자들은 월경량이 많아지거나 월경 시기도 아닌데 출혈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출혈이 심해 빈혈 증세로 입원했다가 뒤늦게 자궁근종을 발견해 치료받는 환자도 있다.

종양이 크면 아랫배에서 혹이 만져진다. 혹은 아기의 머리 크기 정도로 자라기도 하기 때문에 마치 임신한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근종이 이 정도로 크면 주변 대장이나 방광, 오줌 줄을 압박하기 때문에 소변을 보기 힘들거나 오줌이 자주 마려운 증세가 생길 수 있다. 아랫배에 통증이 있을 수 있으며 난자와 정자가 만나는 나팔관을 막아 불임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언제 수술을 받나=일단 별다른 증상이 없고 크기가 4cm 이하면 관찰 대상이다. 6개월∼1년마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혹이 커지는지를 계속 살펴야 한다. 크기가 작더라도 하혈이 많으면 내시경을 이용해 혹만 떼어내기도 한다.

증세가 없더라도 근종이 자궁 크기의 세 배 이상이면 수술을 생각해야 된다. 아기를 더 원치 않으면 자궁을 제거하고 임신을 원하면 자궁의 혹만 떼어내는 수술을 받는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박기현 교수는 “긴 바늘을 근종에 찌르고 전기로 근종에 열을 가해 없애는 자궁근종 용해술도 있다”면서 “이 시술 방법은 재발이 잘 되고 임신할 때 자궁 파열이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근종이 여러 개가 있거나 수술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경우, 심장질환 백혈병 등으로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엔 근종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막아 굶겨 죽이는 자궁동맥 색전술도 활용되고 있다.

▽자궁 혹 떼어내야 하나=자궁근종으로 진단을 받은 여성은 수술여부를 결정할 때 망설이게 된다. 자궁은 여성의 상징이어서 예로부터 소중히 여겨졌기 때문이다.

자궁은 여성의 정체성을 뒤흔들 만큼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궁은 임신을 위한 아기집 역할 이외엔 특별한 기능이 없다고 본다.

강남성모병원 산부인과 박종섭 교수는 “자궁엔 생리적인 기능 즉,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이 전혀 없다”면서 “자궁이 없더라도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난소가 몸속에 있는 한 여성으로서 사는 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수술 뒤에 비만이나 조기 폐경, 성생활의 장애를 우려하는 환자도 있다.

박 교수는 “자궁을 떼어내면 월경이 없고 출산이 불가능하다는 것 외엔 달라지는 것이 없다”면서 “오히려 자궁에서 발생하는 종양, 하혈, 염증 등으로부터 해방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흔히 폐경이 되면 여성 호르몬 분비가 안 되므로 자궁근종이 없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이 때문에 제거 수술이 아닌 민간요법 등으로 자궁근종을 없애는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있다. 하지만 자궁근종은 한번 생기면 저절로 없어지지 않는다.

김 교수는 “폐경기 이후에는 대개 근종의 크기가 줄고 새로운 근종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폐경기 이후 근종이 커지면 드물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때는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궁근종을 없앤다고 수술 대신 남성호르몬 제제를 고집하는 환자도 많다. 이는 출혈을 예방하고 혹의 크기를 약간 줄이는 일시적인 방법이므로 근본 치료법은 아니다. 이 약물을 끊은 뒤 3개월 지나면 원래의 크기 이상으로 자라기 때문에 주의를 요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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