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쭉쭉’ 속은 ‘뚱뚱’ 몸은 ‘골골’…나도 혹시 토피?

  • 입력 2006년 12월 13일 03시 01분


《영국 런던에 사는 조시 배셋(34) 씨는 키 180cm에 체중 80kg으로 ‘괜찮은’ 몸매의 소유자. 그동안 그는 자신이 ‘뚱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그는 런던 서부의 해머스미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뒤 깜짝 놀랐다. 배 속에 4L 분량의 지방이 숨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의사는 “1L 정도가 정상 수치”라고 말했다. 건강한 식생활과 함께 일주일에 두세 번 축구를 하기로 마음먹은 배셋 씨는 “지금까지는 몸속 건강보다는 멋진 몸매를 위해 운동을 한다고 늘 여겼다”며 “내장을 둘러싼 엄청난 양의 지방을 보고 나니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피(TOFI·Thin on the Outside, Fat on the Inside)’다. 몸은 날씬한데 내장지방으로 속이 뚱뚱한 사람. 일명 ‘마른 비만’이다.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은 11일 영국에는 토피에 속하는 성인이 인구의 40%나 된다면서 살은 쪘지만 내장지방이 적은 사람보다 건강에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했다.

영국 의학연구소(MRC) 지미 벨 박사는 “몸이 날씬하고 체질량지수(BMI)도 표준인 사람인데 막상 MRI 촬영을 해 보면 토피인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토피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마른 비만형은 운동이 부족하거나 폭식과 과음을 자주 하는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팔다리는 가는 반면 윗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형이 대표적이어서 ‘거미형 비만’ 또는 ‘내장비만’이라고 불린다.

토피의 복부를 컴퓨터단층촬영(CT)하면 내장 사이사이에 지방이 두껍게 분포해 있다. 내장 사이의 지방세포는 분해돼 혈액을 타고 흐르기 때문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주범이 된다. 이런 사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고 심혈관 질환으로 돌연사할 우려도 있다.

내장비만을 어떻게 진단하고 관리해야 할까. 체중은 정상이라도 허리둘레가 예전에 비해 3인치(약 7.6cm) 이상 늘었으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내장비만이라면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큰 치료법이자 예방법이다.

내장비만형은 현미, 통밀 등 정제되지 않은 곡식을 먹고 야채와 해조류 위주의 저지방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고기는 기름을 뺀 삶은 살코기를 먹고 짜거나 매운 음식을 먹지 않는 게 좋다. 술과 담배도 피해야 한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는 “평소 활동하면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면서 “걸을 때는 팔을 힘차게 휘저으면서 빠른 속도로 걷고 대중교통과 계단을 이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깅, 수영, 자전거 페달 밟기 등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