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질환이든 치료가 잘되기 위해서는 환자의 순응도가 중요하다. 환자의 ‘치료 순응도’란 환자들이 주치의의 처방에 따라 치료를 제대로 받는 정도를 말한다. 순응도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약을 먹으며 평생 질환을 관리해야 하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이들은 오래 약물을 복용하다 보니 내성에 대한 걱정 때문에 그리고 한두 번 약 복용을 빼먹어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치료 순응도를 지키는 데 무감각해지기 쉽다.
최근에는 백혈병 암 등 중증질환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혁신적인 신약과 치료법이 잇따라 개발돼 이전에 불치 또는 난치병으로만 알려졌던 질환의 환자들도 약물치료만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만성골수성 백혈병이다. 글리벡이라는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5년 생존율이 90%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보고 있다. 이 병은 이제 치명적인 질환이라기보다 만성질환이 되어 낮은 치료 순응도가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백혈병이나 암과 같은 중증 만성질환자들의 낮은 치료 순응도는 생존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치료에 대한 낮은 순응도가 오히려 약물에 대한 내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치료의 순응도는 치료 비용 절감과도 관계가 있다. 글리벡 치료의 순응도와 치료 비용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순응도가 높을수록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비용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약을 오래 복용하거나 많이 복용하면 내성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내성에 더 큰 원인이 된다. 치료 시작 후 상태가 잠시 좋아졌다고 약물 복용을 임의로 중단하거나 양을 줄이는 것, 심지어는 몸이 이상하다고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오히려 내성의 주된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약물 내성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처방전에 명시된 복용량과 복용 시간을 반드시 준수하고, 여행 및 외출 시에도 복용하고 있는 약을 미리 챙겨 꾸준히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만약 처방된 약물과 관련된 부작용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해 약물의 용량을 조절하거나 대체 약물을 복용해야 한다.
만성질환의 약물 치료에서는 좋은 신약과 치료법의 개발 못지않게 환자 본인의 치료 의지가 중요하다. 특히 주치의가 처방한 치료에 잘 따르는 것이 성공적인 치료의 핵심이다. 아무리 좋은 명약이라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기억해야 한다.
정철원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의료원 혈액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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