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전야인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7층 외과병동 입원실. 6개월 된 아들 지웅이를 엎고 병실에 도착한 서태준 (32·사진·부산 기장군 기장읍) 씨는 간 이식 수술을 받게 될 아들을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의 간 일부를 26일 아들에게 떼어줄 예정이다.
대학 동기생인 아내와 10년 연애 끝에 결혼한 그는 1년여 만에 3대 독자 지웅이를 얻었다. 온 집안이 경사 분위기에 휩싸였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웅이는 태어날 때부터 담낭과 간을 이어주는 담도가 막혀 간이 제 기능을 못하는 희귀질환인 '선천성 담도 폐쇄증'을 보였다. 어른들에게나 나타나는 간경화가 상당히 진행돼 지웅이의 얼굴은 하루 종일 노랗다.
담즙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아 작은 간이 서서히 파괴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지웅이는 제대로 먹지 못해 생후 2개월부터 성장이 멈췄다. 배는 항상 부풀어 있고 담즙이 없다보니 변의 색깔도 하얗다. 지웅이는 생후 2개월 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담도를 뚫어주는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담즙이 분비되지 않아 말라갔다.
유일한 방법은 간 이식. 수술이 성공하면 지웅이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지만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할 형편이다.
서 씨는 아들을 위해 기꺼이 유전자 검사를 했고 다행히 자신의 간을 떼어줄 수 있게 됐다. 그는 "막상 수술을 받는다니 두렵고 무서운 생각이 들지만 아빠로서 아들에게 첫 크리스마스 선물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서 씨는 자신이 지웅이의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레지만 한편으론 수술비가 걱정이다. 그는 한달 130여 만 원을 버는 형편에 3000만~5000만 원인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
그는 "빚을 내서 겨우 2500만 원을 마련했다"면서 "벌이가 없는 아내가 지웅이를 키우면 의료보호대상자가 되서 의료비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이혼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을 집도하는 삼성서울병원 간이식센터장 이석구 교수는 "선천성담도폐쇄증은 국내에서 연간 50여 명이 발생하며 이중 20명 정도가 간이식을 받을 정도로 드문 질병"이라며 "수술 성공률은 90~95%정도로 상당히 높지만 수술비가 비싸 보호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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