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에서 말하는 신장은 해부학적인 의미에서 신장을 포함해 방광, 부신, 갑상샘(갑상선), 가슴샘(흉선), 생식샘(생식선), 뇌하수체, 땀, 귀, 골수, 뼈, 허리, 이, 수염 및 머리카락, 목소리, 침, 대소변 등을 포괄한다. 신장이 허약해지면 이런 포괄적인 기능이 나빠진다고 한의학은 보고 있다.
4대가 함께 사는 A 씨 가족의 예를 들어보자.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 가족들이 말을 걸면 “뭐라고?”라고 되묻는다. 할머니는 기침만 해도 소변이 찔끔찔끔 나온다. 아버지는 “내가 요즘 양기가 떨어진 것 같다”는 말을 달고 산다. 어머니는 수시로 소변이 마려운 증상이 있어 장거리 여행을 힘들어한다. 20대 후반의 누나는 툭하면 얼굴이 부어 걱정이며 고교생인 남동생은 몽정을 자주 한다며 고민을 털어놓는다. 네 살짜리 조카는 밤에 이부자리에 오줌을 자주 눈다.
A 씨 가족은 한의원에서 모두 신장이 약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할아버지는 이명, 할머니는 요실금, 아버지는 양기 부족, 어머니는 소변불리(오줌소태), 누나는 부종, 동생은 몽정, 조카는 야뇨증으로 병명이 다르지만 원인은 한 가지다. 물론 증상이 다르니 처방은 다르다.
한의학은 음양오행론을 기초로 해서 인체를 유기적인 통일체로 보고 생명현상을 오장과 육부로 분류해서 파악한다.
오장은 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신장은 수분대사를 관장하고(신주수·腎主水), 뼈 골수 치아 등을 주관하고(신주골·腎主骨), 허리를 관장하고(腎主腰), 털을 관장하며(신주발·腎主髮), 대소변을 주관하고(신주이음·腎主二陰), 목소리를 관장한다(신주성음·腎主聲音). 또 인체의 성장, 생식, 노화도 신장의 기운(신기·腎氣)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신기는 신기(神奇)하다. 서양의학은 귀가 안 들리면 귀의 기능상의 문제로 보지만 한방은 몸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보고 원인을 찾는다. ‘신장’이란 단어 하나에서도 양한방의 개념과 상상력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김상우 박사 대한한의사협회 학술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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