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狂)클’의 위험성
요즘 사이버상에서는 ‘광클’이 새로운 현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 사이트는 인기 검색어 순위를 검색 창 주위에 노출시키고 있으며 이 순위는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회사원 이한빈(31) 씨는 “대부분의 누리꾼이 인기 검색어 순위를 현재 누리꾼의 최고 관심사, 나아가 대중의 여론으로 받아들이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지지자들은 16∼20일 ‘황우석의 진실’ ‘황우석 서명’ ‘황우석 만화’ 등의 단어를 ‘광클’을 통해 주요 포털 사이트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렸다. 이들은 30일에는 ‘진실동영상’이라는 단어를 네이버 인기 검색어 순위 상위에 등록시켰다. 그러자 누리꾼들은 황 전 교수 관련 검색어를 클릭하기 시작했고 이후 게시판과 댓글에는 ‘황우석을 재조명하자’ 등 황 전 교수와 관련된 글이 부쩍 늘었다.
과거 ‘광클’은 주로 ‘동방신기’ ‘SS501’ 등 인기 아이돌 그룹의 팬클럽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을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게 하는 수법으로 이용됐다.
지난해 12월에는 동방신기 멤버 전원의 이름이 인기 검색어 순위 1∼5위를 차지했다. 28일에는 그룹 ‘SS501’의 데뷔 600일을 맞아 ‘SS501 600일’이 네이버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 여론 조작 가능성 커져
미디어 전문가들은 “단순히 장난처럼 보이는 ‘광클’이 여론 조작의 주범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이돌 그룹 팬들의 놀이 문화가 특정집단에 의해 악용돼 여론을 조작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광클’은 어느 정도 검색 클릭 수가 오르면 이른바 ‘눈덩이 효과’(한 트렌드의 경향이 갈수록 전체로 급속히 커지는 것) 때문에 여론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회적 주요 이슈가 ‘광클’로 조작될 수 있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를 지정해 ‘○○○ 친일파 후손’ ‘군대 조작’ 등 허위 정보를 ‘광클’을 통해 유포한다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
포털 사이트들도 ‘광클’에 대처하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으나 뾰족한 대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의 한 관계자는 “상업적으로 검색 순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필터링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면서도 “하루에 들어오는 검색 키워드 종류가 1억 건이나 되는 상황에서 제한된 인력으로 완벽하게 관리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주요 포털 사이트들은 동일한 인터넷주소(IP)로는 아무리 여러 번 검색해도 1번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사이버상에는 ‘광클’이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떠돌아 사실상 제어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황 전 교수 지지자들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31일 공판을 알리기 위해 현재(30일) 8위인 네이버 순위를 올려야 한다”며 검색어 갱신 기능 프로그램 내려받기, 네이버가 수동으로 IP를 막을 때의 대처 방안 등을 상세히 설명한 글이 올라와 있다.
한국외국어대 최영(언론정보학부) 교수는 “‘광클’은 의제 설정을 강화하거나 직접 의제를 설정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여과 장치를 개발해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클::
‘미칠 광(狂)’자와 ‘클릭(click)’의 합성어로, 일정 시간대에 포털 사이트 검색 창에 계획적으로 특정 단어를 집중 검색함으로써 이를 인기 검색어 순위 1위에 올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서현아(23·서울대 독어교육과)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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