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치과는 ‘아프지 않게 치료하는 병원’을 표방한다. 1992년 박인출 대표원장을 비롯해 4명이 공동 개원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예치과’(kangnam.yedental.com·02-556-1393)도 그랬다.
치료 잘하는 병원이 ‘경영’의 외투를 걸치면서 국내 의료계의 대표적인 병원 브랜드 ‘예(Ye)’를 탄생시켰다. 15년 만에 전국에 ‘예’ 브랜드의 치과 50곳을 포함해 한의원, 성형외과 등 56곳의 병원이 참가한 ‘병원네트워크 제국’을 일궈냈다. 중국 상하이, 베트남 호찌민 등 해외에도 10개의 ‘예’ 네트워크 병원이 있다.
“직원들에게 우리는 ‘치과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환자들이 병원 문을 들어서면서부터 긴장을 풀고 즐기며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가꾸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죠.”
○ 환자 수와 서비스는 반비례
‘예’ 브랜드의 본산인 서울 강남 예치과의 브랜드 파워는 4명의 공동원장들에게서 나온다. 보철에 유기준 문정호, 미용 치료의 김석균, 교정 분야의 이동주, 임플란트의 김종우 원장은 국내 치과 분야에서 최선두 그룹이다.
하지만 같은 브랜드를 내건 전국 50여 곳의 병원도 본점의 치료 수준을 그대로 따라갈 수 있을까. 의료서비스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이 아니다.
“‘예’ 간판을 올리겠다고 찾아오는 의사들에게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진료하느냐고 물으면 대개 50명 전후라고 합니다. 저는 하루에 15명 정도로 줄이지 않으면 절대 ‘예’ 브랜드를 달 수 없다고 말합니다.”(박 원장)
치과는 고도의 집중력과 손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 한 명당 의사의 노동력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환자 수와 치료 서비스의 질은 반비례한다.
‘예’ 브랜드를 달려면 개원 전후 총 6개월간의 기본 교육과정은 필수. 치료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의사들은 환자 케이스를 상의하고 검증하는 임상세미나를 갖는다. 이 절차를 통과해야만 환자 치료가 가능하다. 미적인 측면과 기능적인 측면 중 어느 한쪽으로 치료가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만 3곳이 ‘예’ 간판을 내렸을 정도로 서비스 유지를 위해 노력합니다. 물론 의사 개인들의 매력과 성격, 그리고 손맛은 똑같이 모방할 수 없겠죠. 하지만 인간 중심과 나눔이라는 ‘예’ 철학을 공유한다면 결국 하나의 네트워크 병원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봅니다.”(이동주 원장)
○ 치료를 ‘경영’하라
“환자가 10년 만에 스케일링을 받으러 왔는데 완벽하게 치료해 준다고 과도하게 치석을 모두 제거하면 환자의 잇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치과 치료의 기억은 악몽이 됩니다. 이런 치료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일까요.”(박 원장)
박 원장이 말하는 최상의 서비스는 단순히 손재주 좋은 의사의 치료가 아니다. 치료를 통해 환자가 최상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환자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다. 결국 병원은 의료기술과 매니지먼트가 적절히 조화된 경영을 통해 환자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의사들이 쉬운 용어를 사용해 치료 내용을 이해시키는 것은 기본이다. 의사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매주 한 번 서비스와 교양 교육을 받는다. 상담기법과 인간관계 등에 관한 교육도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새롭게 개편된 ‘예 아카데미’ 과정에는 의사들을 위한 수준별 임상교육은 물론 메디컬MBA와 직원 교육 등 병원 경영에 필요한 다양한 커리큘럼이 개설돼 있다.
○ 병원을 고객들의 ‘쉼터’로
예치과 본점은 5월 초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영동대교 남단 새 빌딩으로 옮길 예정이다.
박 원장은 “청담동으로 이전하면서 병원의 본질적인 개념도 바꿀 계획”이라며 “단순히 치료를 받는 곳이 아니라 환자들이 즐기고 쉴 수 있는 ‘쉼터’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일상에서의 일탈’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여는 15층짜리 빌딩에는 ‘쉼터’의 개념과 어울리는 다양한 업종이 들어서게 된다. 13층의 로비는 방문객들이 음악을 듣고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진다. 와인바 레스토랑 카페 미용실 등도 입주한다.
“고객의 꿈을 실현하는 새로운 병원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뛰어난 손기술을 가진 한국의 의사들이 전 세계 치과 분야를 제패하는 모습을 언젠가는 볼 수 있을 것입니다.”(박 원장)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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