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으로 먹잇감을 무참히 공격해 주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가는 개미가 있다. 브라질의 아마존 정글을 무대로 하는 ‘무사개미(Eciton hammatum)’다.
무사개미가 속한 개미 집단은 여왕개미 한 마리가 한 번에 약 100만 마리의 자손을 생산하고, 수백만 개의 캠프(임시 거처)로 구성된 슈퍼콜로니(대집단)를 만들면서 방랑 생활을 한다. 수백만 마리로 이뤄진 한 콜로니가 하루에 무려 10만 마리의 동물을 마구 잡아먹는다. 먹잇감도 도마뱀, 전갈, 뱀, 닭, 돼지, 염소 등을 가리지 않는다.
무사개미들은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자주 이동한다. 주로 낮에 야영하고 밤에 행군하는데, 낮에 먹잇감들이 자기들의 침투 경로를 미리 알고 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대 군의 특공대가 적지에 침투할 때 주로 야간을 이용하는 것과 유사하다.
무사개미의 공격 작전을 위에서 보면 마치 홍수가 나서 붉은 흙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암벽을 만나면 현대 군의 유격전술처럼 앞뒤 개미들이 큰 턱과 발톱으로 물고 물려서 사슬을 형성해 넘고, 개울을 만나면 긴 그네를 만들어 바람을 타고 건넌다. 이들이 지나간 자리는 아비규환의 살육장이 된다.
놀랍게도 무사개미는 눈이 없다. 정말 눈에 뵈는 게 없는 셈이다. 그래도 적을 탐색하고 대처하는 방안은 주도면밀하다. 적들의 밀도가 낮으면 현대 군이 공격 작전을 하듯 신속하게 적진 깊숙이 뚫고 들어가 적을 반으로 갈라놓고 좌우 측면을 공격한다.
적들이 밀집해 있으면 부채 모양의 전투 대형을 취한다. 전투가 팽팽할 때는 미리 후방에 준비해 둔 특공대를 투입한다. 포획한 전리품(동물의 시체)은 부채꼴 뒤에 대기해 있는 예비대가 후방으로 보낸다.
현대 군의 보병전투 군사전술은 이 개미에서 유래했다고 여겨질 정도다. 이 얼마나 지혜로운가.
김병진·원광대 생명과학부 교수·세계곤충학회 운영위원
kbjin@wonkw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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