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환 종류별 진단 시기
소아들에게 가장 흔한 정신질환 중 하나인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검사는 6, 9, 12세 때에 실시하는 것이 좋다. 이때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후유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니거나, 다른 아이의 일에 참견하고, 장난이 지나쳐 친구와 자주 다투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해 공부를 유난히 싫어하는 증세가 있을 때는 ADHD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자폐증 사전 검사는 생후 18개월에 시작해 3, 5세 때 한 차례씩 받는 게 좋다. 1만 명당 20명꼴로 걸리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자폐증은 한번 걸리면 평생 가는 질환이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 생후 100일이 지나도 눈 맞춤이 없거나 돌이 지나도 말을 잘 하지 못하면 자폐증인지 의심해 봐야 한다.
우울증은 성인만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아이도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어린아이의 1%가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아 우울증은 어른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성인은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무기력·신경과민 현상을 보이지만 아이들은 자주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소아 우울증은 무단결석, 약물 남용, 가출 등으로 이어져 청소년 일탈행동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아이가 기분 나빠할 때가 많은지, 짜증을 많이 내는지, 모든 일을 귀찮아하고 흥미를 느끼는 것이 별로 없는지, 죽고 싶다는 말이나 생각을 하지는 않는지 등을 부모가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평소 가정이나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아이도 소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 소아 청소년 정신 질환에 대한 오해들
부모는 정신질환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대부분 부모는 아이가 정신적으로 고통받으면 무조건 부모 탓이라 생각해 자책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모들은 ADHD에 대한 오해가 심한 편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워서 아이가 산만해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ADHD는 뇌 속에 집중력을 관장하는 신경부위의 발달 장애로 생긴 것이어서 양육 환경과 크게 관련이 없다.
정신질환 치료 약물에 대해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가천의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조인희 교수는 “아이가 어려서부터 정신과 약을 먹으면 머리가 둔해지고 뼈가 삭고 기운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다”면서 “성인들이 먹는 일부 치료제는 졸음을 유발하거나 몸을 처지게 하지만 어린이용 약은 이런 부작용이 없다”고 말했다. ADHD 약은 각성 효과가 있어 아이들의 집중력을 높여 준다.
약의 중독성에 대해 걱정하는 부모가 많다. 중독이란 니코틴 중독처럼 일단 끊으면 금단증세가 있다. 그러나 소아 정신과 약은 계속 먹다가 어느 날 갑자기 끊어도 대부분 금단 증세를 보이지 않는다.
정신치료를 받았다는 의무 기록이 평생 따라다닌다고 걱정하는 부모도 있다. 이는 사실무근이다. 다만 정신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으면 취업 시 병역미필 사유를 제출해야 하므로 그 근거가 남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의무기록은 본인이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다른 사람에게 제공되거나 공개되지 않는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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