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호 교수의 행복 바이러스]정말 귀한 것은 ‘흔한 것’ 입니다

  • 입력 2007년 4월 9일 03시 04분


가족과 외식을 하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맛있는 것을 사 주어도 아이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장면만 생각해도 설레고 돼지갈비를 먹은 날은 마치 횡재라도 한 것처럼 여겼던 우리 시대와는 다르게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외식은 아주 흔한 일이 돼 버렸습니다. 좋은 게 너무 많으니 시큰둥해지는 것도 많아지나 봅니다.

‘현대인에게 가장 큰 결핍은 바로 결핍의 결핍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람에게는 희소한 것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습니다. 다이아몬드가 귀한 것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고 명품이나 외제차를 갖고 싶어 하는 것도 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희소한 것을 귀하게 여기고 흔한 것은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삶을 피곤하게 만드는 지름길입니다.

내가 가진 것은 시시하고 가지고 있지 않은 것만 귀하게 여기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막상 가지게 되는 순간 이미 흔해지므로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다시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돈을 조금만 더 벌면 행복해질 것 같고, 조금 더 좋은 학교에 가면 인생이 바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게 살면 ‘조금 더 귀한 것’을 찾아 삶을 소모하게 됩니다. 부자라고, 유명해진다고, 권력이 생긴다고 행복해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이치입니다. 원래 정말 귀한 것은 흔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 귀한 것을 모르고 사는 것입니다.

흡연이 부르는 끔직한 결말의 하나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에 걸려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게 되어서야 공기가 얼마나 귀한 줄 알게 됩니다. 군대에서 3분 내에 목욕을 마쳐야 할 때나 구정물로 밥을 해 먹어야 하는 동남아 오지에 가서야 펑펑 나오던 수돗물이 귀한 것을 알게 됩니다.

교통사고로 걸을 수 없게 되어야 그저 움직이고 다닐 수 있다는 것만도 기적이라는 것을 압니다. 치명적인 병에 걸려 거의 죽게 됐을 때에야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라는 것을 깨우칩니다. 매일 보고 부대끼며 살아가던 가족, 동료, 친구들이 없어지고 나서야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오늘 내 옆에 널려 있는, 그러나 소중한 것들을 귀하게 여기는 순간, 행복이 밀려온답니다.

채정호 가톨릭대의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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