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벌어오는 외화를 보자. 게임산업의 2005년 해외수출액은 약 5270억 원. 같은 해 영화산업 해외수출액(약 709억 원)의 7배가 넘는다.
하지만 대한민국 학부모에게 게임은 자녀의 공부를 훼방 놓는 눈엣가시일 뿐이다. 지난해에는 도박게임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사행성과 거리가 먼 게임까지 ‘공공의 적’이 됐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한국 게임산업이 서둘러 극복해야 할 과제다.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3대 한국게임산업협회장으로 선출된 권준모(43) 넥슨 대표는 게임에 대한 사회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협회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게임산업협회는 국민에게 게임산업의 진가를 알리는 홍보회사가 돼야 합니다. 냉담한 시선은 억울하지만 스스로 이미지 개선 노력을 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까요.”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캐릭터산업을 본받아 게임산업의 스펙트럼을 확대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지만 게임산업은 정부가 지정한 차세대 주요 전략산업이에요. 협회가 2004년 발표한 ‘게임코리아 전략’은 거의 전 부문에서 목표치를 눈앞에 뒀습니다.”
2003년 3조 원대였던 한국 게임산업 시장 규모는 2005년 8조68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고용 인력은 7만 명에 육박했고 해외수출액도 목표치에 근접했다.
협회가 2010년까지 정한 게임산업의 목표는 △시장규모 10조 원 △고용인력 8만6000명 △해외수출 10억 달러 등.
“저는 게임회사 대표인 동시에 두 딸을 둔 가장입니다. 회사에 대한 염려와 함께 아이들의 게임 중독 염려도 하지 않을 수 없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처럼 ‘함께 즐기기’를 실천하는 게 제가 찾은 해결책입니다. 아이 혼자 게임기를 붙잡고 있게 하지 마시고 시간을 정해서 함께 게임을 해 보세요. 재미있는 변화가 나타날 겁니다.”
게임산업을 옹호하는 변론 같지만 권 회장의 교육자 경력을 감안하면 무시하기 어려운 조언. 그는 1995년부터 2005년까지 경희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30대 초반 성인의 사회적 성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뭔지 아세요? 어린 시절 함께 있는 시간을 ‘부모가’ 얼마나 즐겼는가입니다.”
그는 즐거움의 주체가 아이가 아닌 부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근엄한 부모보다는 자녀와 즐거움을 공유하는 부모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업계 리더로서 갖는 최대 고민은 ‘인재’. 게임 관련 인재의 핵심 요건이라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창의성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창의성은 극도의 전문성을 갖추면 자연스레 얻게 되는 열매 같은 거죠. 한국의 젊은 인재에게 아쉬운 것은 ‘미래를 향한 시선’입니다. 한국 인기 TV드라마는 대부분 사극이죠? 미국 최장수 인기 드라마는 미래를 여행하는 ‘스타트랙’입니다. 이 차이가 가져올 결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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