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메디컬 다이어리/정부, 의료시장개방 로드맵 밝혀야

  • 입력 2007년 4월 18일 03시 10분


광주에 사는 회사원 K 씨는 동네 A병원을 찾았다가 위암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깜짝 놀란다. 반신반의한 K 씨는 서울에 있는 B병원을 찾아가 다시 검사한다. 이번에는 위암이 아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나온다. 어느 병원의 진단을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따름이다. K 씨의 친구는 “제주도에 있는 외국계 병원에 가서 최종 진단을 받아봐라”고 권한다. K 씨는 어차피 수술을 받을 거라면 암 전문인 외국계 병원이 좋겠다는 생각에 제주도로 향한다.

K 씨의 스토리는 제주도에 외국계 병원이 생길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상정해 본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2005년 5월부터는 인천 송도 등에 외국인이 영리법인 형태로 병원을 세울 수 있다. 외국계 병원에서도 내국인을 진료할 수 있으며 외국 병원의 진료비에는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2월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같은 해 7월부터 제주도에 외국계 병원이 설립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미국계 병원들이 인천 송도와 제주도에 병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국계 병원의 한국 진출은 국내 의료체계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국내 병원에는 1만 원만 받으라고 하고, 외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100만 원을 받아도 된다고 하면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건강보험 체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의료 분야의 시장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의 발표와 달리 현실은 인천 송도나 제주도에서 보듯 의료시장 개방이 이미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라도 의료 분야에서 어떤 로드맵을 갖고 있는지 국민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의료시장 개방이 이뤄지면 국민건강보험 체계는 어떻게 변할지, 민간보험은 어떻게 허용할지를 설명할 필요가 있다. 설명 의무는 의료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도 해당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헌준 j00n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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