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의 자연성분 그대로를 화장품에 담는 작업이 말처럼 쉽지 않다. 녹차 추출물이 공기나 물과 접촉하면 녹차의 엽록소가 산화되면서 색이 검게 변하는 탓이다. 게다가 엽록소 특유의 불쾌한 냄새도 문제였다.
한국원자력연구소 방사선과학연구소 변명우 박사팀은 화장품 전문회사인 한국콜마와 공동으로 녹차 성분을 기존 제품보다 100배 정도 더 농축시킨 화장품을 만들었다. 비법은 바로 ‘감마선’에 있었다.
변 박사는 “녹차 추출물을 용기에 담아 감마선을 쪼이자 엽록소가 파괴되며 무색무취한 상태로 변했다”고 설명했다. 단위시간당 방사선을 쪼이는 비율과 양을 조절하며 색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그동안 천연물질로 화장품을 만들 경우 원료 자체의 색깔이 너무 진해 다량으로 사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방사선을 쪼여도 미백 효과는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였다. 변 박사팀의 연구 결과 방사선을 쪼이든 쪼이지 않든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 ‘티로시나아제’ 효소를 억제하는 기능은 동일하게 나타났다. 방사선으로 색소를 제거하는 기술 덕분에 화장품의 기능은 살리고 불필요한 색소 제거 공정은 줄인 셈이다.
색과 냄새를 쏙 뺀 녹차 추출물은 수십 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캡슐로 코팅해 공기 접촉을 막았다. 방사선으로 색과 냄새를 잡은 녹차 화장품이 앞으로 여성들의 ‘생얼’ 자신감에도 한몫하지 않을까.
신방실 동아사이언스 기자 weez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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