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캠벨 네이처 편집장 “황우석 논문 안 실은 건 행운”

  • 입력 2007년 4월 27일 03시 02분


“운이 좋았을 뿐이다.”

세계적인 과학학술지인 영국 ‘네이처’의 필립 캠벨 편집장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을 네이처에 먼저 싣지 않은 데 대해 겸손하게 ‘러키(lucky·운이 좋은)’라고 표현했다. 황 교수는 2003년 이 논문을 네이처에 보내 거절당한 뒤 이듬해 ‘사이언스’를 통해 발표했다가 조작으로 밝혀져 취소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16∼20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5차 세계과학기자총회’에서 기자와 만난 캠벨 편집장은 황 교수의 논문을 네이처에 싣지 않은 이유를 처음 밝혔다.

세계 50개국 600여 명의 과학기자가 참가한 이번 총회에 영국 대표단으로 참석한 그는 “황 교수팀의 논문은 게재 가능성을 사전 검토하는 ‘비공식단계’에서 전문가집단(review panel)이 불가 판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며 “당시 ‘황우석’이라는 인물을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캠벨 편집장은 “황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이 불거진 뒤 네이처에 실린 복제개 스너피 논문도 다시 조사했다”며 “그 뒤 논란이 되는 논문은 무조건 조사하도록 내부 규정을 고쳤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황 교수는 요즘 무슨 연구를 하느냐”면서 황 교수의 근황을 묻기도 했다.

캠벨 편집장은 네이처의 과학담당 편집자와 영국 ‘피직스 월드’의 편집장을 거쳐 1995년 12월부터 네이처의 편집장을 맡고 있다. 유망한 연구 분야로 인공신경을 꼽는 그는 “우주에서 다른 생명체를 발견할 때까지 계속 편집장을 맡고 싶다”고 말했다.

멜버른(호주)=고선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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