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화장실에다 변을 보지 않아 훈련을 시키려고 몽둥이를 들고 혼을 낼라치면 꼬리를 축 떨어뜨리고 벌벌 떱니다. 눈길도 마주치지 않고 슬슬 피해서 구석으로 숨습니다. 한참 혼쭐이 나면 이렇게 풀이 죽어 있다가도 주인이 외출에서 돌아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반갑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린 것 같습니다.
그런 도도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도 합니다. 사람은 이렇게 잘 잊지를 못합니다. 식구들이 내게 심한 말을 하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말도 안 붙이고 눈도 안 마주치며 살기도 합니다.
개가 머리가 나빠 잘 잊어버리는 것이라고요?
어찌됐든 나쁘고 서운했던 일을 시시콜콜히 다 기억한다면 이것 또한 고통입니다. 원래 사람은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특히 같이 사는 식구끼리는 서로 상처를 주고받을 수 있는 일도 많습니다. 단 그럴 경우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듯 흔적이 남지 않아야 합니다.
때로 상처를 심하게 주는 식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부여잡고 후벼 팔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네가 나한테 그럴 수 있느냐며, 죽어도 잊지 못하겠다고 가슴에 새겨서는 안 됩니다. 마치 물에 새긴 것처럼 흘려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살다 보면 야단맞을 때도, 싫은 소리 들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도도처럼 그때뿐이고 결국은 사랑하는 마음으로 기뻐할 줄 아는 식구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집에 들어갈 때면 항상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도도가 뛰쳐나오며 뱅글뱅글 내 주위를 돌면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 시간 만에 들어오나 일주일 동안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나 도도는 그럴 때마다 세상이 뒤집힌 것처럼 반갑게 맞이합니다.
식구들을 만날 때마다 껑충껑충 뛰면서 반가워하십니까? 그렇지 않다면 내가 개만큼도 식구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같이 사는 식구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다는 것만도 충분한 행복의 하나입니다.
채정호 가톨릭대 의대 성모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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