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10분씩 짬짬이… 1시간 운동은 철칙”
가톨릭대 의대 성가병원 내분비내과 강성구(62) 교수는 당뇨병 전문가다.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한일당뇨병학회 회장, 세계당뇨연맹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 등 당뇨병과 관련된 온갖 직책을 두루 맡았다. 그는 하루에 당뇨병 환자 90명가량을 진료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도 당뇨병 환자라는 점이다.
“의사라고 질병이 피해 가진 않더군요.”
그가 ‘아! 내가 당뇨병에 걸렸구나’라는 탄식을 터뜨린 것은 2000년 9월 한일당뇨병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 머물렀을 때였다.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치아 서너 개가 우수수 빠지는 거예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직감적으로 당뇨병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학회장에 있는 혈당측정기로 혈당치를 쟀더니 아니나 다를까 공복이었는데도 혈당이 무려 270mg이 넘더군요.”
공복 시 혈당이 126mg 이상이면 당뇨병 환자다. 100∼125mg이라도 ‘준환자’ 취급을 받는다. 270mg 이라면 병이 상당히 깊어진 상태다.
그제서야 강 교수는 평소 손발이 저리고, 피부가 따갑고 가려워서 잠을 잘 못 자는 말초신경장애가 술 탓이 아닌 당뇨병의 증상이었다는 걸 알아챘다.
“매년 건강검진을 받긴 했지만 검진 받기 며칠 전부터는 술을 안 먹는다든지 해서 나름대로 ‘몸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검진을 통해 당뇨병을 눈치 채진 못했어요.”
당시 그는 가톨릭대 의대 성가병원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 등 공식 직함만 무려 4개일 정도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1년에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때가 설, 추석 명절 딱 이틀뿐이었다고 할 정도로 약속과 스트레스가 많았다. 술을 많이 마셨고 과식했다. 툭하면 지방으로, 외국으로 출장을 다녀 잠이 턱없이 부족했고 주말에도 사람을 만나기에 바빴다.
“한마디로 ‘문란한 생활’이 당뇨병을 부른 거지요. 주말에 해외 학회에 참석했다가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 월요일 아침 병원장으로서 회의를 주재하는 등 잠이 부족했던 게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의 몸은 망가져 있었다. 당뇨병뿐만 아니라 고혈압, 신근염, 지방간이 동시에 왔다.
실제 당뇨병의 주요 인자는 유전적 소인과 더불어 불규칙한 생활이다. 혹은 감기 바이러스 중 일부가 췌장에 남아 있다가 20∼30년 지나 당뇨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강 교수가 병을 알아챈 건 ‘일반인처럼’ 합병증이 시작되고서였지만 처방과 대처는 ‘의사’다웠다.
일단 대외 직함을 하나씩 정리했다. 하지만 세계당뇨병연맹 아시아태평양 회장 직은 한동안 유지해야 했고 현재 맡고 있는 한국당뇨협회 회장직도 당장 그만두기 힘들었다. 매일 세 끼 외부 손님과 약속이 있었지만 철저히 식이요법을 시행했다.
술잔도 들었다 놓기만 하고 밥도 철저히 칼로리를 계산해 한계를 지켰다. 좋아하던 담배도 끊었다. 모든 당뇨병 환자에게 의사들이 내리는 처방이지만 대부분 잘 지키지 않는다.
운동도 시작했다. 하루 10km씩, 일주일에 4, 5일을 뛰었다. 해외 학회 등 모임에 갔다가 어쩌다 술이라도 한잔한 날은 호텔 주위를 40분 정도 뛰었다.
환자 보랴, 대외 활동하랴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기 마련이었지만 하루에 1시간은 운동을 했다. 점심시간에 20분, 환자를 진료한 뒤 연구실로 돌아갈 때 5분 등 자투리 시간을 모두 뛰는 데 썼다. 환자끼리 교대하는 30초 정도의 비는 시간에는 진료실 의자에서 일어서서 기마자세로 앉았다가 가슴, 배, 허리, 엉덩이를 차례대로 위로 밀면서 일어서는 허리 근력 강화 운동을 했다. “하루에 1시간씩 운동하라고 하면 내리 1시간을 해야 하는 줄 알고 지레 겁부터 먹는 환자가 많아요. 정 안 되면 5분, 10분씩 운동해서 1시간을 채우면 돼요.”
그는 “요즘 당뇨병 환자들은 그나마 복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 진단을 받는 순간부터 인슐린 주사도 맞는 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 혈당치를 잡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말이면 인체의 인슐린 공장인 췌장의 베타세포 자체를 보호하고 재생을 도와주는 약도 출시될 예정이다.
“약으로 몸을 정상으로 돌려놓아도 생활이 과거와 같다면 또 병에 걸릴 수밖에 없어요.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못하면 죽는다는 각오로 새 생활을 시작해야 합니다.”
의사이자 환자인 강 교수의 당부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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