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포스텍(포항공대) 화학과 김기문 교수는 ‘호박 분자’가 지름이 100nm인 공 모양의 캡슐로 바뀐 현상을 발견했다. 분자들이 스스로 헤쳐 모여 나노캡슐을 이룬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과학자들은 ‘자기조립(self-assembly)’이라 부른다. 인위적인 조작 없이 분자 사이에서 반응이 자발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NA는 섭씨 90도 이상의 높은 온도에서는 한 가닥이지만, 40도 이하에서는 염기 사이에 수소결합이 일어나 저절로 이중가닥을 형성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박태관 교수는 “DNA를 기본 단위로 한 생물의 몸은 자기조립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자기조립은 나노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독특한 현상이다. 큰 물질을 깎아 나노 크기로 만드는 방식에 한계를 느낀 과학자들은 최근 매우 작은 물질을 쌓아 나노 크기로 만드는 새로운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여기서 물질을 쌓아 키우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 자기조립이다. 과학자들은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나노 물질을 얻는 셈이다.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장병탁 교수는 “DNA 조각에 정보를 입력한 뒤 이들의 상보결합 과정을 이용해 해석하면 결과를 출력할 수 있다”며 ‘DNA 컴퓨터’의 실현 가능성을 시사했다.
과학동아는 나노 과학의 근간이 되는 자기조립 현상과 다양한 쓰임새를 6월호 특집기사로 소개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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