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치국가 핀란드 ‘충치예방교육’ 현장

  • 입력 2007년 5월 28일 03시 05분


임신부 반드시 충치 치료

‘母子감염’ 가능성 차단

“여러분, 점심 맛있게 먹었나요? 그럼 지금부터 한 명씩 차례로 앞으로 나오세요. 여기 접시에서 껌을 한 개씩 집어 5분 정도 꼭꼭 씹으세요.”

17일 핀란드 투르쿠 시의 루스코 보육원을 찾았을 때 3∼5세의 원생들은 토마토 야채 등을 곁들인 점심 식사를 마치고 침실로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육원은 낮잠을 자기 전에 입 안을 깨끗이 하기 위해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 자일리톨 성분의 껌을 씹도록 하고 있다. 보육원에선 칫솔질보다는 껌을 씹도록 권장하고 있다.

페트라 코이부린타 수석교사는 “아이들은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소유 개념이 부족하다”며 “남의 칫솔을 사용하다 충치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어 대신 껌을 씹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은 교실 입구에 줄을 선 뒤 접시에서 껌을 한 개씩 집어 오물오물 씹었다. 친구들끼리 장난 치고 떠들 수도 있을 만한 나이지만 원생들은 잡담 하나 없이 질서 정연하게 줄을 서서 기다렸다.

올리 레퇴(4) 군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기 전에, 그리고 집에서도 저녁 식사 뒤에 껌을 씹는다”며 “입 안을 깨끗이 해야 건강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원생들은 차례로 껌을 씹은 뒤 교실 옆의 침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팬티를 제외하고 옷을 모두 벗은 뒤 문 앞에 놓인 쓰레기통에 모두 껌을 뱉고 각자의 침대를 찾아서 잠자리에 들었다.

마리 게이소르 교사는 “식사 뒤에 껌을 씹는 것에 대해 학부모 아동 모두 잘 알고 있고 학기 초에 교육을 한다”며 “어려서부터 치아 관리의 중요성을 저절로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핀란드는 국가 차원의 충치 예방 노력 덕분에 국민 1인당 충치 수가 1.1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국가 중 가장 적은, 건치(健齒)국가로 꼽힌다. 한국은 2003년 3.3개에서 지난해 2.2개로 낮아졌다.

사회복지가 잘 보장된 대표적 국가인 핀란드는 전국 415개 지방자치단체가 보건 관리를 책임진다. 18세까지 공공의료기관에서 치과 치료를 무료로 해 주고, 특히 어린이들은 정기적으로 방문해 치과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에서 치료나 상담을 받으려면 대기 기간이 긴 불편이 있다. 이 때문에 성인의 50%는 치료비가 더 드는 민간병원을 이용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비용의 34%를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핀란드는 특히 엄마의 충치균이 아기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출산 전부터 충치 예방에 역점을 두고 있다. 임신부나 영아를 둔 엄마는 치과를 찾고 있으며 모든 아기는 생후 8개월이 되면 치과위생사나 치과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 치과위생사와 간호사도 충치 예방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달리 치과위생사가 진료소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기도 한다. 치과위생사는 구강청결 교육을 주로 맡고 충치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치과의사에게 보낸다. 충치 예방 교육을 강화한 결과 치과 방문 환자가 크게 줄었다는 것.

핀란드는 의료체계를 통한 구강 관리와 함께 충치 예방 효과가 있는 자일리톨 껌 사용을 치과의사협회 차원에서 권고하고 있다.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의 진료실에는 협회의 권고문이 붙어 있다.

펜티 알라넨 투르쿠대 치대 교수는 “모든 국가에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구강 건강 문제가 크게 늘고 있다”며 “치아 건강은 일반 건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치아를 잘 관리해야 다른 건강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건강한 치아 위해 군것질 줄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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