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37) 씨는 한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필리핀에서 어학연수 중이라는 송모(24·여) 씨를 알게 됐다.
자신의 사진이라며 미모의 여성 사진을 보여준 뒤 "곧 귀국하는데 사귀고 싶다"는 유혹에 K 씨는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K 씨 앞으로 곧 수신자부담의 국제전화가 걸려왔고, 송 씨는 "안내와 달리 실제 요금은 내가 낸다"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실제로는 1분에 2000원가량의 통화료가 부과됐고, 46차례에 걸친 전화 끝에 K씨는 500만 원의 통화요금을 내야했다.
K 씨처럼 사기단에 속아 전화를 받은 남성은 10만여 명, 이들이 부과 받은 국제전화 통화료는 무려 56억 원에 이른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일 중국동포와 국내 여성들을 모집해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2005년 9월부터 최근까지 국제전화 사기를 벌인 박모(47)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김모(33) 씨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국내 중견 통신업체 L사와 국제전화 회선 제공 계약을 체결한 뒤 국내 남성에게 사기 전화를 걸어 국제전화 요금 중 일부를 수수료 명목으로 25억 원을 가로챈 혐의다.
경찰은 또 피해 신고가 속출함에도 이를 묵인해 사기를 방조한 혐의로 통신업체 L사 영업부장 김모(48) 씨와 별정통신업체 K사의 서비스사업팀장 정모(35) 씨를 함께 입건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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